서울역은 지하철 1·4호선과 경의중앙선, 공항철도, KTX 등 주요 노선이 집중돼 있어 ‘철도 지하화’ 사업을 말할 때 단골로 등장한다. GTX-A·B노선과 신분당선, 신안산선 등 새 노선도 추가될 예정이다. 노선 간 통합 운영 효율성을 높이고 도심 단절구간을 해소하기 위해 철도 지하화 필요성이 큰 곳이다.

하지만 2017년부터 본격적으로 추진된 ‘서울역 개발 마스터플랜’의 속도는 7년째 거북이걸음을 걷고 있다. 10조원이 넘는 사업비 부담과 함께 ‘전 노선 지하화’를 주장하는 서울시와 ‘일부 지상철 유지’ 의견을 낸 국토교통부 간의 입장 차 등으로 인해 공전을 거듭했다. 이 외에도 경인선, 수색역 지하화 등 장기간 논의만 진행된 사업들이 여럿 있다.

최근 철도 지하화 사업에 다시 온기를 불고 있다. ‘철도 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 개발에 관한 특별법’(철도 지하화 특별법)도 지난달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지상 철도의 지하화 사업 추진을 위한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것이다.

장점 많은 철도 지하화 사업이 지금까지 구호로만 그쳤던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재원 조달과 까다로운 사업 방식 때문이다. 이번에 마련된 철도 지하화 특별법을 통해 지상부지를 고밀·복합 개발하는 방식으로 사업비를 조달한다는 구상이 현실화할 수 있게 됐다.

정부도 관련 사업 추진에 팔을 걷어붙였다. 다음달부터 철도 지하화 사업 종합계획 수립에 착수한다. 이번엔 요란한 장밋빛 계획이 아닌 실제 실현할 수 있는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정부는 이번에 공약사업으로 △서울(경부선·경인선·경원선) △부산(경부선) △대구(경부선) △인천(경인선) △대전(경부·호남선) 및 광주선·경의중앙선(지자체 추가 건의 시) 등을 제시했다.

공약사업이라 해도 검토 과정에서 사업성 부족 등 함량 미달이라고 판단되면 깔끔하게 제외해야 한다. 그래야 정책의 신뢰성을 높일 수 있다. 이번 총선을 앞두고 지자체들이 철도 지하화 사업안을 앞다퉈 내놓고 있다. 이런 사업들에 대한 객관적이고 투명한 검토를 통한 필터링 작업이 필요하다. ‘전국 주요 철도의 도심 구간을 모두 지하화한다’는 식의 공약은 현실성이 떨어지는 총선용 공약이다.

천문학적인 비용이 투입되는 사업인 만큼 용적률과 건폐율을 획기적으로 완화해 투자 매력을 높여야 한다. 각종 심의 절차를 통합해 사업 진행에 속도를 낼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 수십조 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사업을 민간 자본에만 의존하는 건 무리일 수 있다. 

개발이익이 충분해 민자 유치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는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을 구분해야 한다. 정부와 지자체의 재원 조달 방안을 마련해 민간 자본으로 채울 수 없는 부분을 보전해야 안정적으로 사업을 진행할 수 있다. 영국, 프랑스, 일본 등 해외사례를 참고해 채권발행, 펀드 조성 등 다양한 재원 확보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

GTX 노선이 구축되는 시점이다. 이와 관련해 철도 지하화 사업도 추진하는 것이 효율적이다. 현실성 있는 계획 마련과 과감한 행정 지원, 현명한 재원 마련 등 삼박자에 맞춰 철도 지하화 사업이 이번에는 중단 없이 전진하도록 정부와 민간, 지자체가 힘을 모아야 한다. ‘연트럴파크’로 불리는 ‘경의선 숲길’과 같은 공간을 10년 후에 도시 곳곳에서 마주하길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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