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에 사는 지인의 딸이 올해 서울 성북구에 있는 A대에 입학했다. 딸은 통학을 할 수 없으니 자취를 해야 하는데, A대는 기숙사가 태부족하더란다. 그는 할 수 없이 학교 주변에서 딸의 자취집을 함께 찾아봤는데, 월세를 보고 깜짝 놀랬다고 한다. 방처럼 생긴 방은 월세가 80만원에 육박했다. 그는 “관리비까지 포함하면 월 100만원가량 드는데 여기에 식비 등까지 고려하면 자취 비용이 상당할 것 같다”며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서울 집값 상승은 한풀 꺾였지만 올해도 서울 대학가는 전월세대란을 피하지 못하고 있다. 고물가 여파에 임대가격 상승은 오히려 더 가팔라졌다. 주거비는 대표적인 끈적끈적한 물가(Sticky price)다. 전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꺾여도 앞서 상승한 각종 물가들이 후반영되면서 주거비는 계속 오르는 경향이 있다. 고금리도 뒤늦게 임대료를 끌어올리고 있다. 부동산 정보 플랫폼 ‘다방’ 운영사 스테이션3에 따르면 지난 1월 대학가 원룸(보증금 1000만원, 전용면적 33㎡ 이하 기준)의 평균 월세는 57만4000원, 평균 관리비는 7만2000원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월세는 11.6%, 관리비는 20% 올랐다.

현실은 통계보다 더 나쁘다. 실제 대학가 주변을 돌아보면 이 가격으로 구할 수 있는 원룸도 많지 않다. 경희대 인근 서울 동대문구 회기동 일대는 매물 대부분이 보증금 1000만원에 월세 60만~70만원에 나와 있다. 반지하가 50만원대 후반 정도에 가격이 형성돼 있다.

서울 대학가 원룸가격이 치솟는 또다른 이유는 수급불균형이다. 전국적인 학령인구 감소에도 불구하고 ‘인서울’ 지향이 강해지며 서울의 학생수는 줄지 않고 있다. 여기에 서울에 취직한 사회초년생들도 상대적으로 주거비가 싼 대학가 주변 원룸으로 모여들고 있다. 전세사기 대란으로 전세보다 월세 선호도가 높아진 것도 수요를 키웠다. 반면 공급은 줄었다. 임대인을 보호하기 위해 마련된 계약갱신청구권이 지금은 월세 인상요인이 되고 있다.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0~2021년 비대면 수업이 늘면서 원룸 월세가 40만원대까지 떨어졌다. 이때 들어간 세입자들이 계약갱신청구권을 써 2년 더 거주하기로 하면서 물량잠금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다. 

대안으로는 가격이 저렴한 대학 기숙사나 공공형 기숙사가 있지만 확대가 쉽지 않다. 땅값이 비싸 기숙사 부지 마련이 쉽지 않은데다 원룸을 보유한 주민들과의 마찰도 곳곳에서 벌어진다. 매 선거때마다 주요 정당들이 기숙사 확대공약을 했지만 실제 공급이 많지 않았던 이유다. 서울시가 운영하는 공유주택도 2024년 1월 현재 7000여실에 불과하다. 

문제는 대학가 월세 폭등은 서울에 한정된 문제이기 때문에 범정부적 대책이 나오기 힘들다는 점이다. 지방의 대학가는 공실대란을 겪고 있다. 학령인구 감소와 인서울 열풍에 지방대학은 재학생이 빠르게 줄고 있다. 때문에 월세 30만~40만원에 방을 내놔도 세입자를 구하지 못해 결국 폐업하는 원룸사업자들도 많다. 이런 상황에서 서울 대학가를 위한 지원은 인서울 현상을 더 부추기고 지방의 몰락을 재촉하는 악수가 될 수 있다. 

서울 대학가 월세 폭등은 수도권 집중에 따라 치르고 있는 사회적 비용의 한 단면일 수도 있다. 그 비용을 ‘지방’ 출신 세입자들이 치르고 있다는 것은 아이러니다. 서울 대학가 월세 폭등의 뒷맛이 더 씁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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