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 달 22대 국회의원 선거 일정이 다가오면서 철도 지하화 공약도 달아오르고 있다. 이제 더 이상 신도시 개발과 같은 개발 호재가 없는 상황에서 철도 지하화를 통한 개발은 분명 시민들이 혹할만한 이슈임이 틀림없다.

그래서인지 철도 지하화만큼은 여야가 한마음으로 추진 의지를 밝히고 있다. 여야 모두 지하로 내려간 지상철도 부지를 민간이 개발함으로써 개발차익으로 지하 공사를 하기 때문에 예산 부담이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1월 국회는 ‘철도지하화 및 철도부지 통합개발에 관한 특별법’을 찬성 257표, 반대 2표, 기권 3표로 통과시켰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철도 지하화를 바라보는 전문가나 업계의 시각이 좋지만은 않다. 철도 지하화는 오랫동안 지상 철로가 놓여진 지역의 오랜 염원이었음에도 비용 문제로 실현되지 못했다. 그런데 갑자기 선거 전 이슈화되더니 머지않은 미래에 실현될 것 같은 분위기로 전환되고 있는 상황이다.

정부는 지난 1월25일 교통 주제 민생토론회에서 철도·도로 지하화를 통한 도시 공간 재구조화를 추진하겠다고 밝히며 철도 지하화 사업 추진을 공식화했다. 국토교통부는 철도 지하화 사업의 성공 모델을 선제적으로 마련하기 위해 지자체가 제안한 사업 중 계획 완결성이 높은 구간은 연내 선도사업으로 선정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종합계획 수립 전부터 기본계획 수립에 착수한다는 것이다. 철도 지하화와 함께 고속도로 정체 문제의 개선을 위해 지하 고속도로 사업도 본격화할 계획이다. 수도권제1순환(서창~김포, 민자), 경부(용인~서울), 경인(인천~서울)은 사업 절차를 신속히 진행해 2026년부터 단계적으로 착공을 추진하겠다고 했다.

정부의 발표 이후 한동훈 국민의힘 비대위원장은 전국 주요 도시의 철도를 지하화하고, 지하화로 만들어지는 상부 공간과 주변 부지를 통합 개발하겠다고 공약했다. 더불어민주당은 여기에서 더 나아가 서울의 간선도로까지 전부 지하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렇게 너나 할 것 없이 모두 달려드는 철도지하화사업은 그동안 왜 제대로 추진이 되지 않은 걸까? 당연히 비용 문제가 있다. 개발이익으로 지하 철도를 신설한다고 했지만 그만큼 개발이익이 나올지 미지수다. 개발이익이 나올 정도로 ‘핫’한 철도가 많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국유재산인 철도부지를 출자하기 때문에 정부가 참여하긴 하지만 결국 빚을 내서 지하화 사업을 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철도 지하화 통합개발의 사업 주체는 정부출자기업체 또는 특수목적법인(SPC) 등 사업시행자이며, 사업 재원은 국유재산인 철도부지를 근거로 민간자본시장에서 조달한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현실을 들여다보면 볼수록 미래는 청사진만큼 밝진 않다. 그동안 단 한 개 역 인근 선로를 상부 개발만 하는 사업조차도 성공한 사례가 별로 없을 정도로 어려운 사업이다. 프로젝트 파이낸싱(PF) 위기와 공사비 폭등으로 건설 시장도 얼어붙은 상황이다.

그만큼 어렵고 긴 호흡이 필요한 사업이다. 도시재생이나 주거환경 개선에서 큰 역할을 할 사업이지만, 총선을 앞두고 선심성 공약으로 남발할 만큼 간단한 사업이 아니라는 점은 유권자들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정부도 총선 이슈에 휘둘리기보다 기본계획부터 탄탄하게 준비해 가길 바란다.

저작권자 © 대한전문건설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