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루트플레이션’(프루트=과일+인플레이션)이란 말까지 만들어졌다. 과일값이 천정부지로 치솟아서다.

압권은 사과다. 3월13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사과(후지·상품) 10kg당 도매가격은 9만1700원으로, 1년 전(4만1060원)보다 123.3%나 올랐다. 배 가격도 심상찮다. 배(신고·상품) 도매가격은 12일 15㎏당 10만3600원을 기록했다.

이대로라면 3월 소비자 물가 상승률이 3%대 천장을 뚫을 기세다. 2월 소비자 물가가 한 달 만에 다시 3%대로 올라섰다. 2월 물가를 끌어올린 주범이 사과 등 과일이라서 3월이 더 불안하다.

작년 10월부터 매달 두 자릿수 상승률을 기록하던 신선식품 지수가 2월에는 20.0%까지 뛰었다. 신선과일은 41.2% 올라 32년 5개월 만에 상승 폭이 가장 컸다. 이 중에서 사과 물가 상승률은 71.0%로 역대 세 번째로 70%를 넘었고, 배는 61.1%로 1999년 9월(65.5%) 이후 24년 5개월 만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이상기온으로 수확량이 감소해서인데 뾰족한 대책이 없다는 게 또 문제다. 사과와 배를 수입하면 되지 않느냐는 말이 있지만 검역 문제로 쉽지 않다.

사과·배를 대체할 수 있는 토마토 등 과채류 공급이 풍부해지면 과일 수요가 분산돼 가격이 다소 낮아질 수 있겠으나 이들 작황도 좋지 않다. 서울 송파구 가락시장에는 동네 마트나 시장에서 본 과일값에 놀라 도매시장까지 찾아온 소비자가 적지 않지만, 이들도 선뜻 지갑을 열지 못할 정도라고 한다. 결국은 사과나 배, 비싼 과일을 안 먹는 수밖에 없는 게 지금의 현실이다.

비단 과일 등 신선식품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게 또 문제다. 정부가 이명박 정부 시절 ‘빵 서기관’, ‘라면 사무관’을 연상시킨다는 비판을 무릅쓰고 농식품 품목 물가관리 담당자를 지정했지만 과연 성과가 있었는지 의문이다.

최근 서울 도심 한복판인 종로를 찾은 이들은 코로나19 사태 때처럼 썰렁한 거리 풍경에 깜짝 놀란다고 한다. 오후 9시만 되면 철시하는 상점이 대다수다. 다락같이 오른 물가에 구매력이 바닥을 친 서민들이 서둘러 귀가해 문 열어놔 봐야 인건비도 못 건지기 때문이다.

침체한 소비는 결국은 경제를 죽인다. 시중에 돈이 돌지 않으면 서비스업은 물론 제조업 등 산업 전반의 활력이 떨어져서다. 침체한 경제 활력은 가계와 소비를 더 위축케 만드는 악순환 구조로 이어진다.

물가 폭등에 죽어나는 서민들은 또 어떤가. 가난할수록 물가상승이 안긴 고통의 체감도가 높을 수밖에 없다. 통계로 나온 수치를 보면 한국의 소득 하위 20%의 경우 식비가 가처분소득의 절반에 육박한다. 지난달 체감물가를 보여주는 144개 품목 위주의 생활물가지수는 116.29로 3.7% 상승했다. 소비자 물가지수보다 오름폭이 크다.

이런데도 4월10일 국회의원 총선거를 앞둔 정부·정치권에서 뚜렷한 민생 대책이 안 보여 걱정된다. 물가가 민심의 바로미터인 걸 모르는 모양이다. 정부 실책을 가리려 일부러 물가상승 위험을 외면하는 것인지, 정말 사태의 심각성을 모르는지 헛갈릴 정도다. 더 늦기 전에 정부·정치권이 각성해야 한다. 불요불급한 가격 인상을 줄이는 등 가용 가능한 수단을 총동원해 물가안정에 정책·정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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