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업역에서 공기업 경쟁 체제는 불합리 양 공사통합 바람직

정부의 부동산 정책을 지탱하는 양대 축인 대한주택공사와 한국토지공사가 지금 한창 영역다툼에 열중하고 있어 세간의 빈축을 사고 있다. 이번 갈등은 정부가 지난 1월 31일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건설 방침을 밝히면서 촉발됐다. 건교부는 2007년부터 2017년까지 30평형 이상의 비축용 장기임대주택 50만호를 건설키로 하고 이를 위해 주택법 및 임대주택법 개정안을 의원입법 형식으로 발의했다.

개정안에선 임대주택펀드를 조성키로 하고 임대주택펀드의 출자대상에 토공을 주공과 함께 포함하도록 했고 주택법 개정안에선 국민주택기금의 출자대상에 기존의 주공 외에 토공을 추가시켰다.

이들 법안이 통과될 경우 국민주택기금이 토공에 출자되고 토공은 다시 펀드에 출자하며 펀드는 토공에 임대주택건설 용도로 출자하게 된다. 즉 장기임대주택사업에 관한 한 토공은 주공과 같은 법적 근거에서 주택건설에 참여할 수 있으며 실제로는 주공을 밀치고 사업주도권까지 확보할 가능성이 높다. 원래 주택건설에 관해선 주공이 ‘적자’ 대접을 받아왔다. 이번에 건교부가 토공을 끼고도는 것은 분명 전례에 어긋난다.

건교부는 “수년전부터 주공 측에 임대주택 사업 추진을 주문했으나 주공이 소극적인 자세로 일관해왔다”며 주공의 자업자득을 주장한다. 그간 주공이 국민임대주택 100만호 건설 정책을 수행하느라 적자가 누적되고 경영압박 요인이 돼왔다는 점에서 그럴 만도하다.

토공은 이른바 ‘땅장사’로 2003년부터 2006년까지 한해 평균 5천억원이 넘는 당기순이익을 남겼다. 사업추진에 필요한 비축토지와 택지도 많이 보유하고 있어 정부의 구미를 당기게 했다. 이런 배경에서 건교부와 토공 간의 이례적인 밀월관계가 시작됐다. ‘이례적’이란 불과 수년전 주공과 토공이 첨예하게 맞섰을 때 건교부가 주공을 두둔한 점을 염두에 둔 말이다.

기본적으로 주택공사는 주택건설, 토지공사는 택지개발로 역할이 나눠져 있다. 그런데 김대중 정부 출범 초기인 지난 1998년 8월, 공기업 경영혁신 차원에서 주공과 토공 통합 로드맵이 발표되자 양 공사 간에 난기류가 흐르기 시작했다.  2001년 10월 통합을 위한 정부입법안이 국회에 제출되자 주공은 건교부와 손잡고 찬성 편에 섰다. 그러나 토공 측은 주공에 흡수 통합된다는 위기감에서 법안에 반대했다.

주공은 이번 장기임대주택 정책을 기화로 토공이 영역침범을 시도하고 있다고 보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그러나 토공의 배후에는 건교부와 청와대까지 버티고 있어 세 대결에선 주공이 절대 열세다.

건교부는 “소득 1~4분위 계층의 국민임대주택 건설은 주공이 맡고, 소득 5~6분의 장기임대주택 건설은 토공이 새로 참여한다”며 토공의 영역을 넓혀줬다. 그러자 주공은 “비축용 임대주택은 10년 후 자금회수가 가능하고 별도 펀도까지 조성하기 때문에 재원문제는 발생치 않는다“며 뒤늦게 자신들에게 과업을 맡겨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서 한 업역에서 민간기업도 아닌 공기업 간에 경쟁체제를 만든다는 것은 불합리하며, 그럴 바엔 양 공사를 통합하는 게 더 바람직하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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