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2만2천 여개의 교량이 존재하는 우리나라에서 지난 10년간 홍수 시 국내 하천의 세굴 및 하천의 불안정성으로 인한 교량 피해사례는 연평균 100여 건, 그 피해액은 연간 2천억 원에 달하고 있다.

이상호우로 대교량 붕괴

이러한 피해는 그동안 대하천 보다는 중ㆍ소규모의 하천에 집중되는 특징이 있다. 그러나 최근에는 집중호우 및 태풍 루사, 매미 등 이상 호우를 동반한 기상재해의 발생이 잦아짐에 따라 갈수기에 흐름이 거의 없는 교량은 물론이고, 국도상의 대규모 교량 역시 홍수 시 세굴 등으로 인해 붕괴되는 사례가 늘어나고 있다.

홍수 시 세굴 등으로 인한 교량붕괴는 여름철 강우가 집중되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교량의 수명과 관련되는 전 세계적 공통의 중요한 문제이다. 미국 교량의 약 11%는 세굴붕괴의 가능성을 지니고 있으며, 특히 그 중 5.4%인 약 2만6천 개의 교량은 100년 빈도의 홍수 발생시 세굴로 인해 붕괴될 가능성이 큰 것으로 밝혀졌다. 이러한 평가 자료에 근거해 현재 각 주 교통국에서는 자체적으로 각 주 실정에 맞는 교량세굴 유지관리 시스템을 개발하고 있으며, 일부 주 교통국에서는 이를 통해 교량세굴을 관리하고 있다.

전세계 공통적 문제

루이지애나주 교통국과 교통연구소에서는 세굴 위험성을 가진 교량의 복구를 결정하기 위한 수단으로 교량세굴 데이터베이스를 개발하여 현재 운용 중에 있으며, 뉴잉글랜드 주에서는 효율적이고 경제적인 교량의 보수, 보강을 위해 GIS 기반의 교량세굴 우선순위 시스템을 개발했다. 또한 워싱턴 주립대학에서 확률론적인 개념을 이용해 교량의 세굴 위험성과 하천 안정성을 평가할 수 있도록 개발한 전문가 시스템은 워싱턴주 뿐 만 아니라 알칸사주, 일리노이주 등 여러 주에서 교량세굴 평가에 사용되고 있다.

세굴 안전성 간과

이러한 교량세굴 유지관리 시스템의 공통점은 데이터베이스를 통해 교량세굴 자료의 저장 및 검색이 가능하며, 이들 자료를 이용해 교량세굴의 위험도를 보다 정확하게 평가한 후, 전 교량에 대한 우선순위를 부여해 유지관리에 이용한다는 점이다. 이러한 적극적인 대처로 인해 미국 내 홍수 시 교량붕괴로 인한 피해액은 연평균 6천만 달러에 그치고 있다. 미국과 우리나라 간 교량수를 비교해 볼 때 우리나라의 경우 개선이 시급함을 뚜렷이 알 수 있다.

최근 들어 하천의 설계 홍수량을 단기간에 상회하는 이상 홍수의 발생과 이로 인한 하천 불안정성으로 인해 교량세굴 파괴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교량 안전진단은 주로 상판의 구조적 결함, 교각의 콘크리트 균열이나 평수 시 기초부의 지반 상태 등에만 집중돼 홍수 시 하천 흐름에 의한 세굴 안전성은 사실상 간과되고 있다.

이는 현 안전진단업무 중에서 홍수 시 교량 세굴능을 종합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기술적 방법이나 그러한 기술을 실증하기 위한 자료 자체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또한 현재 국도교량의 세굴문제는 육안점검과 3년 주기의 수중조사를 통해 관리하고 있으나, 위험도에 따른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조사 및 유지관리가 결여된 상태이므로 홍수 시 체계적인 방재대책 수립이 어려운 실정이다.

따라서 교량의 안정성 확보를 위해서는 면밀한 분석에 따른 정확한 세굴심 평가 및 조사뿐만 아니라 국내 실정과 조건에 맞는 교량세굴 유지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

효율적 방재대책 수립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서는 건설교통부 국가 R&D를 통해 홍수 시 교량의 안정성 확보 및 효율적인 방재대책 수립을 위한 교량세굴 유지관리 시스템을 개발했다. 교량에 대한 간단한 기본 정보를 이용해 현장 상세조사 우선순위를 결정할 수 있는 방법을 제안했다.

교량세굴 유지관리 시스템은 국내 지반, 수리ㆍ수문 특성 및 세굴 특성을 고려해 교량의 세굴 위험성을 평가하고 위험도 등급에 따른 유지관리와 함께 적절한 방재대책을 수립하기 위한 것이다. 이러한 시스템의 도입과 운용을 통해 위험도에 따른 합리적이고 체계적인 교량세굴 유지관리가 가능할 것이며 동시에 홍수 시 효율적인 방재대책 수립과 국가예산 절감에 기여할 것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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