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아·삼보·풍진·석원등 현지법인 설립 ‘실력발휘’

전문건설업체 해외진출 실태

국내 건설시장의 투자증가세가 매년 감소하고 있는 가운데 눈을 해외로 돌리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국내 건설시장은 지난 97년 100조원을 정점으로 감소하다가 2001년이후 다시 회복세를 보이고 있다. 그러나 건설업체수의 폭발적인 증가로 수주액이 급감하고 있는 실정이면 이같은 사정은 전문건설업체들에게도 예외는 아니다.

더욱 심각한 것은 전문건설업체의 경우 향후 전망자체가 불투명하다는 현실이다. 대형 일반업체는 최근 몇 년간 지속된 부동산 활황에 힘입어 주택부문에서 큰 수익을 올리기도 했지만 전문업체는 일반업체의 종속 심화, 경쟁 심화속에서 회사 존속을 위해 저가수주를 감행하는가 하면 이의 수행을 위해 인건비 삭감이라는 극약 처방까지 취하는 업체가 늘어 전문업체 고유의 장점인 기술력 배양, 전문인력 양성은 꿈도 꾸지 못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날로 치열해져가는 국내 건설시장에서 탈피, 최근들어 해외건설시장에 진출한 전문건설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전문건설업체들에게 해외시장 문호가 개방된 것은 지난 94년부터이며 이전까지는 까다로운 자격조건을 요구해 사실상 능력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발을 묶어 놓았었다. 이같은 여건에도 불구하고 문호 개방이전에 해외진출이란 높은 벽을 뚫은 곳이 부산의 대표적인 업체인 동아지질이다.

흙에 관한한 세계 최고의 기술력을 추구하는 동아지질은 91년 필리핀에 현지법인인 PETER GROUND IMPROVEMENT사를 설립해 영업활동을 시작했고 이어 96년에는 필리핀 마닐라에 지점을, 99년에는 싱가폴에 합작회사를 설립했으며 2001년 싱가폴 사무소를 개설, 그동안 쌓은 노하우를 바탕으로 국제무대에서 명성을 쌓아가고 있다. 동아지질의 기술력은 외국건설업체들이 먼저 알고 찾을 정도 여서 인도, 싱가폴, 대만, 중국등지에서 대규모 지반처리 공사에 참여를 요청받고 있다.

부산을 대표하는 또다른 토공사업체인 삼보지질도 해외건설시장에서 기초처리분야에 독보적인 자리를 굳히고 있다. 삼보지질은 전 오너인 강병산 회장이 이미 80년대말부터 동아건설과 대우건설의 협력업체로 리비아대수로, 대만 지하철등에 동반진출한 경험이 있다.

삼보의 실질적인 첫 해외공사는 지난 96년 싱가폴에서 시작됐다. 당시 삼보는 부도로 인한 수주급감으로 위기상황에 처해 있었고 이를 돌파하기 위해 해외공사를 추진했었다. 어렵게 수주한 공사였지만 수주까지의 어려움은 이후 시행상 겪은 어려움에 비할 바가 못됐었다.

현지법인 설립과 세제상 문제, 까다로운 싱가폴 공사규정, 발주처에서의 승인, 언어문제등 수주시 예상치 못했던 문제를 슬기롭게 극복하며 첫공사를 성공적으로 마무리했고 이과정에서 인정받은 기술력과 시공력으로 현지업체들로부터 지속적인 공사수주가 가능했다.

97년 이후부터는 싱가폴에 진출한 현대, 삼성 및 일본의 구마가이, 오바야시등으로부터 지속적인 수주가 이어졌고 싱가폴 경험을 살려 홍콩 및 대만에도 진출했다. 이같은 노력으로 96년부터 최근까지 싱가폴, 홍콩, 대만, 인도, 쿠웨이트, 스리랑카, 베트남에서 약 2천200억원 상당의 공사를 수주, 연간 약 200~300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실내건축공사업체인 풍진아이디도 오래전부터 중국진출을 준비한 끝에 현지합자업체의 활동이 정상궤도에 올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지난 95년 북경에 현지사무소 형태로 중국에 진출한 풍진은 96년 북경 모토롤라 서비스센터 설계시공을 시작으로 97년도에는 현지법인인 북경풍진건축장식공정유한공사를 설립했고 2등급의 면허를 취득해 모든 지역에서 프로젝트를 수행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2002년 하반기부터 한국계 금융기관의 중국진출에 힘입어 천진외환은행 신축이전공사, 청도 기업은행, 북경 우리은행, 상해 신한은행등 신설 한국계 은행의 전체적인 평면계획은 물론 보안설비와 소방설비등 까다로운 절차를 극복하고 40~45일 정도의 신속하고도 깔끔하게 수행해 공사수행 능력을 인정받고 있다.
전문건설업체들이 열악한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해외시장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것은 현지화 전략으로 볼 수 있다.

동아지질, , 삼보지질, 풍진아이디가 현지법인을 설립해 대부분을 현지인 경영자를 내세워 영업활동을 전개하고 있고 비계업체인 초석건설산업도 싱가폴과 홍콩에, 설비업체인 국제산공은 태국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전문업체중 최초의 독자 해외진출 성공이라는 자부심을 갖고 있는 석원산업도 지난 95년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지점을 개설한데 이어 말레이시아에 석원 IDCHE라는 현지법인을 설립해 플랜트건설면허를 취득하는등 활발한 수주활동을 벌여 많은 수주고를 기록하고 있다.

성도이엔지는 지난 97년 영국에 지점을 설립한데 이어 98년에는 싱가폴과 말레이시아에 Fluidix와 UHP Engineering를, 대만에도 합작법인 각각 설립했으며 2002년에는 중국 상해에 현지법인을 설립했다.

지난 2000년부터 최근까지 해외에서 공사를 수주해 수행했다고 해외건설협회에 신고한 전문업체는 13개업종에 41개 업체로 원도급공사금액만 따지면 1억797만9천불에 달한다.

국제산공과 금화PSC, 범진기공, 성창기공, 영화ENG, 옥산기공, 정진공영, 정풍개발은 설비부문의 플랜트 하청공사를 주로 수행하고 있으며 대왕이엔씨와 성하지질, 동방ENG는 대만 고속철도 건설공사에서 보링그라우팅 공사와 기계배관공사 협력업체로 참여했다. 전문건설업체들의 해외진출이 어렵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진출에 성공한 업체들이 공통적으로 느끼는 점이 있다.

삼보지질 해외공사팀 배성완차장은 “국내공사와 해외공사는 수행개념 자체가 다르다”고 말한다. 해외공사는 국내공사 수행시의 마인드가 아닌 현지의 마인드로 접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해외공사는 초기에 많은 투자를 필요로 하므로 경영진의 의지가 중요하다. 해외공사는 영업, 견적단계부터 많은 시간과 투자가 소요되므로 경영진의 확고한 의지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전문업체들은 초기 진출시 막연한 불안과 자신감 결여로 국내 일반건설업체와 동반진출을 모색하게 되는데 이 경우 기대수익이 줄어들고 경험축적이 힘들며 특히 추가공사 수주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밝혔다. 따라서 독자진출을 위한 현지법인 설립이 절대적으로 필요하고 위험도 극복없이는 수익도 기대할 수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해외에 진출해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기술력과 장비를 보유해야 함은 필요충분조건이다. 전문업체는 전체 공사관리등 소프트웨어적인 진출이 어려운 만큼 전문적인 시공에 진출해야 하는데 현지에서 수행할 수 없는 공정에 진출해야 높은 수익을 기대할 수 있으며 기술력과 장비를 보유한 공종에 진출해야 위험도를 극복할 수 있다.

전문인력을 보유하고 양성하는데 주력해야 할 것을 업체들은 충고한다. 진출국의 언어로 인해 겪는 어려움은 누구가 거쳐야 하는 것이고 이를 극복하는 것이 해외진출의 첫걸음이며 일부 관리 및 수주업무를 제외하면 언어 소통능력을 가진 인력을 새로 고용해 업무를 수행하기 보다는 자체 기술인력을 양성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는 지적이다.

끝으로 강조되는 것이 철저한 시장조사와 세밀한 견적, 현지화 전략이다. 철저한 사전조사와 세밀한 견적은 위험도를 줄이는 기초이며 이는 소수의 전문인력에 의해 수행되므로 인력양성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또한 지속적인 수주와 수익창출을 위해서는 현지화가 필수적이며 절대적이라고 충고하고 있다. 〈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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