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 낙하산 인사

고품질 서비스 위해 주요기관 단체 요직 정치인 배정 막아야

온 나라를 시끄럽게 만들었던 총선이 끝나자마자 선거에서 떨어진 여당인사들을 어떻게 구제할 방법이 없는 지를 두고 약간의 논란이 있는 것 같다. 역량있는 인물이지만 정당의 전략에 따라 투입되었지만 상대방에게 패한 경우 각료로 입각하거나 중요한 자리에 배치해야 하지 않느냐는 주문인 것 같다. 어쩌면 정치인으로서는 당연한 발상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전문성이 없는 사람은 정치적 배려로 요직에 배치하는 것은 위험하다.

국민이 주인이라면 주인의 위임을 받아 정치를 하는 정치인이나 행정을 집행하는 공무원은 국민의 대리인이다. 주인이 모든 일을 처리할 수 없기 때문에 전문가에게 일정한 일을 위임하는 계약에 의해 대리인이 일을 수행하는 관계를 주인-대리인(principal-agent) 관계라 한다. 행정학에서 주워들은 풍월에 따르면, 주인과 대리인의 관계에서 문제되는 것은 정보의 비대칭성(information asymmetry)과 역선택(adverse selection)의 문제라 한다.

정보의 비대칭성이란 대리인이 주인보다 더 많은 정보와 지식을 보유하는 정보의 편중현상을 말하고, 정보의 비대칭성 때문에 주인은 자기가 지불하는 가격에 미달하는 대리인을 고용하는 역선택현상이 생긴다고 한다. 또 대리인 계약이후에 대리인은 위임받은 업무보다는 개인의 이익을 위해 일하는 도덕적 해이 현상도 생긴다고 한다.

막말로 하자면 돈을 내고 일을 시키는 주인이 마음대로 하인을 부리고, 하인은 주인이 시키는대로 고분 고분 일하는 줄 알았더니, 비대칭성이나 역선택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보면 주인은 아무소리 못하고 돈만 내야 하는 한심한 위치로 바뀐다.

주인인 국민을 위해 일하라고 대통령, 국회의원도 뽑고, 고위 관료자리에도 앉혔더니 그 자리를 이용하여 부적격자인데도 정치적인 이유로 자리를 안배하는 낙하산 인사를 한다면 이는 정보의 비대칭성으로 인한 역선택현상이 아닐까 싶다.

낙하산 인사는 주인과 계약위반이다. 주인인 국민은 해당 업무를 처리할 전문가를 배치하여 효율적으로 업무를 처리하도록 정치인이나 행정관료를 뽑아 제대로 된 서비스를 받을 것을 기대하는데 정작 하인은 비전문가를 배치함으로서 주인에게 제공하는 서비스를 엉망으로 만드는 낙하산 인사를 한다면 국민과 계약위반이 될 것이다.

그리고, 전문가와 비전문가의 차이는 서비스 제공의 효율성에서도 차이가 있다. 전문가는 그 분야에 정통하기 때문에 최적의 선택을 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만, 비전문가에게서 그런 능력을 기대할 수 없고, 결과적으로 서비스 질은 낮아지고 비용은 높아지는 현상을 가져오게 될 것이다.

상식상 건전하지 사회란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노력한 자가 그러지 않은 자에 비해 차별대우를 받는 환경이 조성되어 있는 사회이다. 우리는 철새 정치인, 아첨 잘하는 사람들을 경멸하는 척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철새나 아첨꾼이 더 떵떵거리며 사는 사회라면 어떻게 행동해야 할 것인가. 어떻게 하면 철새나 아첨꾼이 될 수 있는 지 배우고, 행동하고, 후배들에게 인생조언을 해야 하지 아니겠는가.

낙하산 인사가 현실적으로 출세할 수 있는 지름길 중 하나라면 누구나 정치에 기웃거리고, 높으신 분에게 아첨하는 방법을 가르쳐야 한다. 자기 분야에서 전문가 되려고 노력할 필요 없다. 왜 철새 정치인, 아첨꾼을 비난하면서도 낙하산 인사와 같은 일을 벌여 철새나 아첨꾼이 되도록 유도하는가.

이런 일은 국민이 국민의 권리를 제대로 행사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긴 일 같다. 심부름꾼을 잘못 뽑아 주인이 피해를 보아도 다음 선거에서 그런 사람을 다시 뽑는 것을 보면 주인이 제대로 주인노릇하기가 쉽지 않은 모양이다. 이번 선거에서는 심부름꾼을 제대로 뽑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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