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석순
자유칼럼 공동대표

영화 ‘울지마 톤즈’가 해를 넘겨서도 많은 사람들의 심금을 울리고 있습니다. 영화가 끝나고도 눈물을 주체하지 못해 한동안 객석에 주저앉은 관객들이 적지 않다고 합니다. 무엇이 메말라 있던 사람들의 가슴을 그토록 뒤흔들어 놓는 것일까요.

‘톤즈(Tonj)’는 딩카족, 줄루족 등 아프리카 흑인들이 살고 있는 남부 수단의 마을 이름입니다. 북부 아랍인들과 오랫동안 맞서 싸우느라 황폐해지고 가난과 질병을 숙명처럼 안고 사는 곳입니다.

거기에 이태석 신부가 발을 들여 놓은 건 9년 전입니다. 홀어머니 슬하 많은 형제들 가운데서 어렵게 의과대학을 졸업해 집안의 희망이던 그는 맞서지 못할 어떤 힘에 이끌려 사제 수업을 받고, 자원해서 남부 수단의 오지로 선교를 떠납니다.

전쟁으로 숱한 목숨을 잃은 곳, 말라리아와 콜레라가 극성부리는 곳, 선교보다 치료가, 청진기보다 삽질이 더 급한 그곳에서 그는 8년 동안 병원을 짓고 학교를 세우고 환자들을 치료하고 아이들을 가르쳤습니다.

또 총이 장난감이던 아이들 손에 악기를 들렸습니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져줄 좋은 방법이라 생각한 것입니다. 피리, 기타, 오르간으로 시작해 나중엔 35인조 브라스밴드도 만들어졌습니다. 마침내 수십 년 울리던 총성 대신 아름다운 음악소리가 울려 퍼지던 날 아이들 눈에는 진주 같은 이슬이 맺혔습니다.

톤즈 가까운 나환자촌 ‘쵸나’를 방문한 이 신부는 감각이 마비되어 상처투성이인 환자들의 손발에 약을 바르고 상처를 감싸면서 작은 것에 기뻐하고 감사할 줄 아는 그들의 아름다운 영혼에 감동합니다. ‘육체적으로 완전한 감각을 지니고 많은 걸 누리면서도 당연하게 여길 뿐 감사할 줄 모르는 우리들의 무딘 마음이 혹시 나병을 앓고 있는 건 아닌지’, 회의도 합니다.

그는 사람마다 나름대로의 향기가 있다고 믿습니다. 어떤 사람의 향기는 그 영향이 놀랍도록 커서 시공을 초월하는 자기장을 만들어낸다고 믿습니다. 수천 년 동안 세상에 엄청난 영향을 미친 예수처럼. 그래서 우리도 사람들의 삶의 원소적 배열에 변화를 일으키는 자석 같은 향기를 만들자고 말합니다.

‘울지마 톤즈’는 이태석 요한 신부가 지난해 1월 대장암으로 48세의 아까운 나이에 세상을 떠난 후 그의 봉사와 희생을 담은 다큐멘터리입니다. 지난해 9월 개봉되어 진한 감동으로 수십만 관객을 모았습니다. 그가 아프리카 선교 활동을 전했던 LA서도 상영되어 20만에 이르는 관객들이 눈물을 흘렸습니다.

이 신부의 선종을 전해들은 톤즈도 눈물바다가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브라스밴드 연주로 은인에게 마지막 선물을 바쳤습니다. 일찍이 이 신부가 가르쳤던 노래, “사랑해 당신을 정말로 사랑해…” 밴드 앞줄에는 이 신부의 사진이 펼럭였습니다.

그는 정말 사람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종교가 해야 할 일이 어떤 것인지, 몸으로 보여주고 하늘로 갔습니다. 지난 14일이 그의 1주기였습니다. 지금 그의 사랑에 감염된 많은 사람들이 아프리카를 돕는 운동에 참여하고 있습니다. 이 신부가 말하던 바로 그 향기가 아시아와 아메리카, 아프리카 대륙에 걸쳐 거대한 사랑의 자기장을 뻗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자유칼럼그룹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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