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룡 박사의 법과 부동산 89

 
금융기관에게 저당권은 중요한 투자수단이다. 예컨대 부동산경기가 좋을 때 A은행이 갑의 주택에 저당권을 설정하고 높은 금리로 돈을 빌려줬다고 치자. A은행은 약정된 대출기간 동안 이자를 챙길 수 있다. 만약 대출이자가 들어오지 않더라도 ‘대출기간의 만기일’까지 기다려 갑의 주택을 경매하여 투자원금과 밀린 이자를 가져갈 수도 있다. 무엇보다도 좋은 것은 채무자는 일반적으로 저당권이 설정된 채무를 먼저 갚는다는 사실이다. 주택이 경매되면 삶의 터전을 잃게 되기 때문이다. 이 얼마나 좋은가.

그럼에도 금융기관이 짜증내는 일이 종종 있다. 후순위채권자들 때문이다. 자금사정이 악화된 갑이 선순위 저당채무는 열심히 변제하였으나, 일반채권자의 채무를 갚지 못해 주택을 압류당한 것이다. 후순위저당권자의 채무를 갚지 못하여 저당권이 실행되는 경우도 같다.

채무자에게 들어오는 총액이 부족하다면 경매를 피할 방법은 없다. 이른바 ‘돌려막기’는 채무원금만 키울 뿐이다. 결국 갑의 주택은 경매에 들어가고 말았다. 이제 A은행도 ‘대출기간의 만기일’까지의 이자수입을 보장받을 수 없다. 주택이 경락되면 그 부동산 위에 설정된 모든 저당권은 소멸되기 때문이다(민사집행법 91조 2항). A은행의 경우 최선순위 저당권자로서 전부 배당받을 수 있으므로 언뜻 보면 큰 손해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러나 모르시는 말씀이다. 왜냐하면 A은행에게는 ‘대출기간의 만기일’까지 높은 이자율에 의한 이자수입이 보장되고 있었으나, 주택경매로 원금이 조기상환되면 남은 대출기간의 이자수입을 얻을 수 없기 때문이다. 나아가 부동산경기의 하락으로 회수된 원금을 투자할 대안이 마땅하지 않다면 A은행의 고민은 깊어진다.

이러한 이유로 독일의 경우에는 후순위채권자 등에 의하여 투자자의 지위가 침해되지 않는 저당권도 인정되고 있다. 우리나라에는 아직 없다. 다만 압류채권자가 변제를 받을 가망이 전혀 없는데도 무익한 경매가 행해지는 것을 막고 또 우선채권자가 그 의사에 반한 시기에 투자의 회수를 강요당하는 것과 같은 부당한 결과를 피하기 위한 제도는 있다(판례). ‘남을 가망이 없는 경우의 경매취소’다.

즉 법원은 최저매각가격으로 압류채권자의 채권에 우선하는 부동산의 모든 부담과 절차비용을 변제하면 남을 것이 없겠다고 인정한 때에는 압류채권자에게 이를 통지하고, 압류채권자가 통지를 받은 날부터 1주 이내에 위의 부담과 비용을 변제하고 남을 만한 가격을 정하여 그 가격에 맞는 매수신고가 없을 때에는 자기가 그 가격으로 매수하겠다고 신청하면서 충분한 보증을 제공하지 아니하면, 법원은 경매절차를 취소하여야 한다(민사집행법 102조).

한마디로 일반채권자가 그냥 괴롭히려는 목적으로 경매를 신청하는 것을 막으려는 취지이다.  /법무법인 메리트 법학연구소장 02-592-14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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