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는 사건 조사와 결정이 
 함께 있는 준사법적 합의제기관.
 사무처 의견이 위원회에서 
 그대로 받아들여지지 않는 건 
 건강한 견제와 균형의 방증”

최근 공정거래위원회(공정위)에서 몇 년간 조사해 온 사건이 사실상 무혐의로 최종 결정되는 사례가 종종 나오고 있다. 이에 대해 애초 무리한 조사였다는 비판도 있지만, 일부에서는 엄격한 증거에 입각해 내린 불가피한 결정이었다는 평가도 있다. 무엇이 옳은 지적일까? 한쪽은 조사하고 한쪽은 법위반이 아니라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모순이고 잘못된 것일까? 이 물음에 답하려면 먼저 공정위라는 기관의 성격과 특성을 이해해야 한다. 

공정위는 한마디로 준사법적 합의제 중앙행정기관이다. 공정거래법, 하도급법 등 법위반 혐의를 조사하고 제재하는 준사법적 기관이다. 또한 법률의 구체적인 위임을 통해 시행령이나 고시 등을 제정할 수 있는 권한도 갖고 있다. 공정위 결정은 1심에 상당하는 지위를 인정받고 있어 공정위 결정을 받아들이지 않는 기업은 행정법원이나 지방법원이 아니라 서울고등법원에 소를 제기해야 한다.

공정위 조직은 구체적인 조사를 담당하는 ‘사무처’와 의사결정 기관인 ‘위원회’로 구성되어 있다. 즉, 일종의 검찰 기능과 법원 기능을 담당하는 조직이 공정위 안에 함께 들어가 있는 것이다. 사무처는 구체적인 법위반 혐의가 있는 경우 직권조사를 실시하거나 신고가 접수된 혐의에 대해 조사를 진행한다. 

본부와 지방사무소에서 조사한 결과, 법위반이 확실히 아니거나 사실관계를 확인하기 곤란한 경우 등은 사무처 차원에서 무혐의 또는 심의절차종료로 사건을 마무리한다. 반면 법위반의 소지가 크고 이를 입증할 수 있다고 판단하는 경우에는 (마치 검찰이 법원에 기소하는 것처럼) 사무처도 심사보고서를 작성해 위원회에 상정하고 위원회의 결정을 구하게 된다. 그리고 위원회가 개최되면 심판정에서 피심인 변호인단과 맞서서 사무처가 법위반으로 판단한 근거와 논리들을 제시하면서 위원회의 법위반 결정을 이끌어 내기 위해 최선을 다한다. 여기까지가 사무처의 역할이다.

공정위의 최종 의사결정 기관인 위원회는 총 9인으로 구성된다. 공정거래위원장(장관급)이 의장이 되고 부위원장(차관급), 3인의 상임위원(1급), 4인의 비상임위원(교수, 변호사 등 민간 전문가)이 참여한다. 임기는 3년이고 각 위원의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보장된다. 그리고 위원회는 원칙적으로 다수결로 결정되는 합의제 기관이다. 

위원회는 사무처에서 심사보고서가 상정되면 (일종의 재판 변론처럼) 심의를 열어서 사무처와 해당 기업 및 변호인단을 참여시켜 양쪽의 주장을 듣는다. 그리고 심의가 끝나면 9인의 위원이 따로 모여 법위반 여부와 제재수준 등을 결정한다. 9인의 위원이 서로 판단이 다를 수 있기 때문에 때로는 격렬한 논쟁도 벌어지며 한 번에 결정을 내리지 못해 2~3차례 회의를 더 열어 결론을 내기도 한다. 대부분의 경우 사무처의 의견이 받아들여지지만, 때로는 증거수준이 부족하다고 판단되거나 피심인의 반론이 수용돼 무혐의나 심의절차종료 결정이 내려지기도 한다.

그리고 공정위 결정에 불복하는 기업들은 서울고등법원에 소송을 제기할 수 있으며 고등법원 결정도 받아들이기 어려우면 최종적으로 대법원에 소를 제기해서 판단을 구할 수 있다. 공정위가 법원에서 최종 승소하는 비율은 약 85% 수준이며, 법원 내에서도 고등법원이 내린 결정이 대법원에서 바뀌는 경우도 제법 있다.

이처럼 공정위는 하나의 기관 안에 조사(검찰)와 결정(법원) 기능이 함께 들어 있는 특이한 조직이다. 또한 준사법적 기관이다 보니 피심인(기업) 방어권 보장을 위한 절차적 통제도 상당한 수준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장관, 차관이라는 위계질서 하에서 결정이 내려지는 다른 부처들과는 사뭇 차이가 크다.

그렇다면 공정위 사무처가 정성들여 조사한 법위반 혐의 사건에 대해 위원회가 최종적으로 무혐의 또는 심의절차 종료한 것을 어떻게 봐야 할까? 물론 처음 조사를 시작했을 때 더 신중해야 했었고 조사과정에서 증거 확보를 위해 더 노력해야 했으며 처리기간도 더 짧았어야 했다는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한다. 이 문제는 결국 공정위 조사관들의 전문성 제고, 사건처리 우선순위 설정, 조사관 인력 충원 등의 문제와 밀접하게 관련이 있을 것이다. 이런 문제들을 해소하기 위해 공정위는 앞으로 더 노력해 나갈 것이다.

그러나 다른 한편에서 보면, 만약 사무처 의견이 100% 그대로 위원회 결정으로 이어진다면 과연 위원회 기능이 제대로 작동된다고 볼 수 있을까? 오히려 사무처 의견이 때로 위원회에서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은 두 기능이 상호 견제와 균형을 이루면서 건강하게 작동하고 있다는 증거가 아닐까? 최근 공정위와 관련된 논란은 그만큼 공정위에 거는 국민적 기대가 크다는 것을 의미한다. 경제·사회적 복잡성의 증대, 증거 확보의 어려움, 갈수록 엄격해지는 법원의 입장 등 공정위를 둘러싼 여건은 과거 어느 때보다 만만치 않다. 전문건설사들의 이해와 격려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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