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자담보 ‘불씨’ 여전 - 길기관 법무법인 산하 대표변호사

책임 ‘일률적10년’ 탈피 불구
집합건물법 손배청구 배제못해

개정법 소급적용 혼란 초래할 듯
민법 개정등 근본 해결책 아쉬워

지난 4일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에 관하여 집합건물의 소유 및 관리에관한법률의 적용을 배제하고,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별 및 시설공사별로 담보책임의 기간을 달리 정할 수 있게 하는 개정 주택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였다. 하자담보책임과 관련해서 개정 주택법의 내용과 문제점을 살펴본다.

하자소송, 특히 최근 폭발적으로 증가하고 있는 아파트입주자대표회의가 원고로서 시공사·분양사 및 대한주택보증과 같은 보증보험 사를 상대로 하는 공동주택의 하자소송에서 가장 큰 문제가 되는 것은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이다.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에 관하여 주택법 및 건산법에서는 시설구분이나 공사종류별로 하자보수책임 기간 또는 하자담보책임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반면 집합건물법과 민법에서는 견고한 건축물의 담보책임기간을 일률적으로 10년으로 정하고 있다.

아파트와 같은 공동주택의 하자소송의 경우에는 주택법과 집합건물법, 민법이 경합적으로 적용되는데 주택법의 개정 이전에는 집합건물법 부칙 제6조에 의하여 집합건물법이 주택법에 우선 적용되고 있다. 집합건물법 제9조에 의하여 담보책임의 기간이 민법에 규정하는 10년이 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더욱이 대법원은 집합건물법 제9조가 강행규정이라고 해석한다(2001다47733). 결국 아파트와 같은 집합건물의 하자담보책임기간은 일률적으로 10년이 되고, 주택법령에서 시설구분에 따라 하자보수책임 기간을 달리 정하고 있는 것은 단순히 “행정적인 차원에서 공동주택의 하자보수 절차·방법 및 기간 등을 정하고 하자보수보증금으로 신속하게 하자를 보수할 수 있도록 하는 기준을 정한 것”(2002001다24891)에 불과한 것으로 보았던 것이다.

이 같은 해석론에 따르면, 집합건물에 부착되어 집합건물의 구성부분이 되는 시설물들의 경우에는 그 내구연한을 훨씬 초과한 기간까지도 분양자가 하자담보책임을 지는 모순에 빠질 수 있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이 제기되었다.

그러나 금번 주택법의 개정으로 인하여 공동주택에 관한 한 하자담보책임의 기간을 둘러싼 혼란은 어느 정도 정리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즉, 개정 주택법에서 공동주택 분양자의 하자담보책임 기간에 관해서는 집합건물법의 적용을 아예 배제해버림으로써 일률적으로 10년의 담보책임을 지지 않을 수 있게 한 것이다.

더 나아가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별 및 시설공사별로 10년 이내의 범위에서 대통령령이 정하는 담보책임기간 안에 발생한 하자의 보수의무와 손해배상책임을 규정하여 하자가 발생한 부위에 따라 담보책임기간이 달라지게 된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내용은 부칙 제3조에 의하여 개정 주택법의 시행전에 사용승인을 얻은 공동주택의 담보책임 및 하자보수에 관하여 개정 주택법이 소급해서 적용된다는 것이다.

이미 지적한 것처럼 개정 주택법이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 기간에 관한 혼란을 어느 정도 정리할 수는 있을 것으로 보이지만, 또 한편 적지 않은 문제를 내포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이해가 되지 않는 것은 상대적으로 더 두텁게 보호받아야 할 공동주택의 수분양자들이 공동주택이 아닌 집합건물(예컨대, 상가건물이나 오피스텔)의 수분양자보다 하자담보책임기간에 관해서는 명백하게 불이익을 받을 수 있게 되었다는 것이다.

오피스텔을 분양받은 자들은 집합건물법을 근거로 10년의 하자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는 반면, 아파트를 분양받은 자들은 주택법으로 인해 시설구분에 따라 5년 또는 3년의 하자담보책임밖에 물을 수 없다면 누가 보아도 균형이 맞지 않는 처사인 것이다.

또 하나 우려스러운 것은 개정 주택법 부칙 제3조가 공동주택의 하자담보책임 및 하자보수에 관하여 개정법을 소급하여 적용하도록 한 것이다. 이같은 소급효로 인하여 하자보수청구나 하자관계소송은 적지 않은 혼란에 직면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심지어 2심에 계류중인 소송의 경우에는 1심과 달리 개정 주택법이 적용되어 원고인 입주자대표회의에 명백하게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주택법의 개정이 졸속으로 진행되어 충분한 심리가 되지 못했다는 것은 제3항의 표현에서도 엿보인다. 제3항은 “사업주체는 담보책임기간 안에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때에는 하자발생으로 인한 손해를 배상할 책임이 있다”고 규정한다. 여기서 공동주택의 “내력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경우에만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는 것처럼 해석될 여지가 있다.

개정전 주택법이나 폐지된 주택건설촉집법(이하 ‘주촉법’으로 줄임)의 경우에도 내력구조부에 중대한 하자가 발생한 때에만 손해배상책임을 인정하여 하자보수청구 및 하자보수보증금의 청구는 주촉법에 의하고, 하자보수에 갈음한 손해배상청구는 집합건물법에 근거하는 경향이 있었는데, 손해배상책임을 ‘내력구조부에 중대한 하자’에 한정한다면, 제1항의 개정안에도 불구하고 개정안이 의도하는 집합건물법에 의거한 손해배상청구를 배제할 수 없는 것이 아닌지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가 발생한 원인은 집합건물의 하자담보책임 기간과 관련된 혼선과 불합리를 해결하기 위한 근본적인 방안인 집합건물법과 민법의 개정을 통한 해결이 아니라 집합건물법에는 손을 대지 않고 졸속으로 주택법만 개정했기 때문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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