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세대 복합재료가 뜬다 - 이승우 건설기술연구원 원장

보통 건설재료의 1세대는 석재와 목재를, 2세대는 콘크리트와 강재를 의미하며, 적용되는 용처·빈도·적용대상 구조물의 규모 등을 살펴볼 때 현재는 2세대 건설재료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

그러나 최근 인프라 구조물 건설에 있어 장수명화 및 유지관리비 최소화가 화두로 대두함에 따라 새로운 건설재료로 제3세대 건설재료라 할 수 있는 FRP(Fiber Reinforced Polymer, 섬유강화 복합재료)가 기반시설 구축의 효과적인 대안으로 등장하고 있다.

1950년대 유리섬유와 탄소섬유의 개발로 탄생한 복합재료는 초창기에는 주로 여가활동 목적으로 사용되었으나, 60∼70년대 들어 항공우주산업 및 방위산업분야로 활용범위가 확대되었다. 특히 국제적 냉전이 종식된 90년대에는 국방분야에서 개발된 성과를 민간부문에 적용하려는 미국의 시도와 함께 복합재료에 대한 관심은 급격히 고조되었고, 활용분야가 다양화되면서 가격경쟁력도 커지게 되었다.

타 산업분야에서 장점이 입증되어 새로운 신소재로서 각광을 받고 있는 복합재료는 건설분야 구조재로서의 활용에도 손색이 없음이 다양한 연구결과 및 활용현황을 통해 나타나고 있다. 즉, 복합재료는 고비강성·고비강도로 인해 작은 단면으로도 큰 외력에 저항할 수 있으며, 다른 구조재료에 비해 내구성이 월등하여 유지관리에도 우수하고, 강재의 약 1/4 중량의 경량재료로서 구조물의 대규모화 및 장대화에 특히 유리하다. 어떤 산업분야 보다도 큰 건설시장 규모를 감안할 때 복합재료의 활용범위 및 시장성은 매우 밝다고 할 수 있다.

이 같은 장점 때문에 미국·일본·유럽 등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복합재료를 건설분야에 활용하려는 연구가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의 경우, 몇몇 전문가들에 의해 보수·보강분야에 한정된 연구개발이 이루어져 왔을 뿐 신설 구조물에의 적용을 위한 연구개발은 2001년이 원년이라 할 만큼 뒤늦은 감이 있다.

그나마 다행스러운 것은 한국건설기술연구원이 도로시설물 안전성 향상 및 장수명화 기술개발을 통한 SOC 기반 강화를 목표로 본격적으로 관심을 가지고 복합재료 바닥판 개발, 복합재료 보강재 개발 등에 착수하여 이제 성과를 내기 시작하는 단계에 이르렀다는 사실이다.

교량 바닥판의 경우 차량 하중을 직접 지지하고 있으므로 그 수명이 교량 전체 수명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으며, 교량의 고정하중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FRP 적용 시 다른 교량 부재에 비해 큰 효과를 얻을 수 있다. 또한 FRP 바닥판은 기존 부재인 강재의 부식과 콘크리트의 열화와 같은 재료적인 문제가 없어 유지관리에 드는 노력을 감소시키는 반면 구조물의 기대수명을 증가시킬 수 있다. 또한 FRP 바닥판은 현장에 운반하기 적당한 크기의 패널로 공장에서 제작되어 현장으로 운반된 후 고성능 접착제를 이용한 현장이음으로 시공되므로 도심구간의 노화 바닥판 교체 시 신속한 작업이 가능하여 교통통제 기간을 최소화할 수 있다.

신재료가 출현하여 광범위하게 적용되려면 설계와 시공 관련 기준·지침 등의 정비가 필요하다. 그러나 모든 준비를 완벽하게 갖춘 후 적용하려 한다면 새로운 시도가 개화되지 못하고 소멸될 우려가 있다. 다른 나라들도 복합재료에 관한 한 아직 체계화된 일반기준을 제정하지는 못하고 각각의 제품에 대한 특별기준 혹은 지침만 마련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구개발 결과의 과감한 적용을 시도하고 있으며, 적용 이후의 추적조사를 통해 더 나은 기술로 도약하는 과정을 거치고 있다.

우리나라의 복합재료를 다루는 기능적 수준은 세계적인 수준임이 조사결과로 나타나고 있다. 그러므로 우선 복합재료를 구조재로 활용할 수 있는 기반 구축을 위해 체계적인 로드맵을 마련, 제대로 된 연구개발이 가능하도록 여건을 조성해주어야 한다. 이와 동시에 다소 부족함이 있더라도 단계적인 적용과 활용을 고려하는 적극적이고 개방적인 사고와 유연성을 발휘해야만 차세대 대체 구조재로 각광을 받는 복합재료의 건설산업 적용시기를 앞당기고, 기술적 우위를 앞세운 국가경쟁력 향상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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