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정부가 들어섰다. 대한민국 헌정 사상 12번째 대통령으로 문재인이 선택됐다.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따른 국정 혼란이 이제는 수습되나 하고 기대가 커지고 있다.

마침 좋은 시그널도 읽힌다. 지난 5월3일 코스피 지수가 사상 최고치인 2241.24로 마감했다. 기업 실적 개선과 글로벌 경기회복 기대감으로 외국인의 ‘바이 코리아’가 이어졌기 때문이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에서 기준금리가 동결된 것도 호재였다.

경기 회복을 알리는 반가운 신호는 또 있다. 지난 4월 수출이 역대 두 번째로 좋은 실적을 올렸다. 수출 외에 생산·투자 등 실물 경제지표도 점차 회복 흐름을 타고 있다. 한국은행, 국제통화기금 등 국내외 기관들은 최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2.6∼2.8%로 상향했다.

새 대통령이 이렇게 호전된 경제 여건에서 임기를 시작하는 건 분명한 ‘축복’이다. 하지만, 낙관만 할 때가 아니라는 주장이 만만찮다.

우선 코스피 지수 상승은 삼성전자 등 몇몇 대형주에 과도하게 의존하는 게 문제다. 수출 호조는 달러 강세, 유가 상승 등으로 수출 물가가 오른 데 따른 가격 착시 효과일 수 있다. 한·미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등 미국의 보호무역주의가 본격적으로 기승을 부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여기에 향후 이어질 미국 금리 인상과 맞물리면 우리 경제는 다시 급격한 악화일로에 빠질 수 있다.

무엇보다, 아무리 호전된들 우리 경제는 여전히 2% 중후반 성장세에 갇혀 있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가계부채는 부동의 뇌관이다. 실업난 등의 여파로 소비가 좀처럼 늘지 않는 것도 고질이다. 지난해 청년 실업률은 9.8%로 통계 작성 이래 사상 최고였다. ‘이생망’(이번 생에선 망했다)이라고 청년들은 자학한다. 이 모든 것이 새 대통령이 경기 회복이라는 축복의 이면을 더욱 꼼꼼히 들여다봐야 하는 이유들이다.

지난 수년간 우리 경제의 혈액 역할을 담당했던 부동산 시장도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 부동산 시장은 연초 눈치 보기에서 점차 매수세가 움직이기 시작해 3월까지 오름세가 확대됐다. 4월 들어 가계부채 감축의 일환으로 여신심사가이드라인이 강화되고 이에 따른 여파로 중도금 집단대출 등 금융권의 대출이 까다로워졌지만 유동성의 효과는 지속 중이다. 서울의 강남 재건축과 소형 도심역세권 아파트에 대한 선호도도 여전하다.

문재인 정부 출범과 함께 탄핵과 국정공백에 따른 정치 불확실성이 해소됐기 때문에 현재의 상승세가 당분간 꺾이진 않을 것 같다. 주요 건설사들이 미뤘던 신규 분양을 대선 이후 대거 재개하며 주택 공급량을 늘리는 것도 이런 흐름을 알고 있어서다.

그런데 경기 회복의 이면처럼 부동산 시장에도 암운이 있다. 보유세 인상, 재건축초과이익 환수제 재시행, 그린벨트 등 입지규제, 임대료상한제 및 계약갱신청구권 도입 등 규제 일변도의 정책 변수가 그것이다.

누가 봐도 이런 때 규제는 답이 아니다. 미국 트럼프 정부는 법인세를 15%로 내리며 강력한 규제 개혁에 들어갔다. ‘원 인, 투 아웃’(one-in, two-out). 규제 하나를 만들면 둘을 없앤다고 한다. 미국도 하는데 왜 우리는 못하는 것일까. 혹은 안하는 것일까. 

경제는 우리 ‘발등에 떨어진 불’이자, 문재인 대통령이 풀어야 할 최대 숙제다. 무엇이 나라 살림을 살찌우는 것인지, 과연 규제가 그럴 수 있는지, 대통령부터 고민하고 생각을 바꾸지 않으면 미래는 없다. 이제는 제발 박수 받으며 떠나는 성공한 대통령을 보고 싶다. /나기천 세계일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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