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력과 원전을 신재생과 LNG로
대체하면 단가가 1.8배 높아진다
이를 국민들이 받아들일지,
또 산업경쟁력에 끼칠 영향 등을
냉정하게 판단해 결정해야 한다”

새 정부가 에너지 수급 구조에 대한 밑그림을 내놓기도 전에 노후화된 석탄발전소 8기의 가동을 잠정 중단시켰다. 건설 중인 신고리 원전 5·6호기도 공사 중단 카드를 만지작거린다는 소문도 들린다. 석탄발전소는 미세먼지 30% 감축 공약을 지키기 위해서고, 원전 건설 중단카드는 방사능 위험 때문으로 이해된다. 석탄발전소 가동을 중단해도 전년도 6월 기준 예비율이 11% 정도이기 때문에 전력 수급에 당장의 문제는 없다. 2016년도 전력예비율은 8.5%였다. 최대 전력 수요는 하계휴가가 끝나는 8월 초에 발생한다. 그때까지는 중단됐던 석탄발전소가 재가동에 들어갈 것으로 예상된다. 예비율이 한자릿수로 떨어지면 전력수급에 차질이 발생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부가 에너지수급 정책을 어떻게 바꿀 것인지는 불투명하다. 최근 스위스가 원전을 2050년까지 폐쇄하겠다고 발표했다. 이웃나라 중국은 반대로 원전 건설을 대대적으로 확충하겠다고 작년 9월에 발표했다. 중국에는 현재 원전 30기가 가동 중이다. 2025년까지 60기를 추가로 건설해 총 100기 원전을 계획하고 있다. 정부가 어떤 정책을 내놓을지는 모른다. 국회예산처가 내놓은 자료에 의하면 발전원별 점유비는 원자력이 31%, 석탄이 39%로 약 70%다. 새 정부가 선호하는 LNG와 재생에너지로 70%를 대체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떤 파급 영향이 국민생활에 미칠 것인지를 예측해보자.

먼저 생활환경과 온실가스 배출 등 석탄발전이 기후에 미치는 영향이다. 긍정적인 효과는 석탄발전이 야기하는 미세먼지 발생은 줄어든다. 청정에너지인 LNG 확대로 온실가스 배출량이 줄어들 것은 틀림없다. 부정적인 측면도 있다. 국민들이 체감하는 미세먼지의 상당량이 중국으로부터 유입되는데 이를 차단시킬 방법이 없다. 우리가 자력으로 중국의 미세먼지를 막을 방법은 보이지 않는다. 원전 가동 중단은 남한에서의 원전사고로 인한 국민들의 불안감은 어느 정도 낮출 수 있다. 그렇지만 서해안에 포진하고 있는 총 100기의 중국 원전이 방사능 유출 사고를 일으킬 경우 기류를 타고 한반도를 덮칠 후유증에 대해서는 무방비다. 대부분의 중국 원전이 중국의 해변(우리의 서해안)을 따라 건설되기 때문이다. 이를 국민들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는지에 대한 것도 고려해야 한다.

소비자가 수용할 수 있는 전력 사용료도 문제다. 연료원별 2015년 현재 정산가격은 단위 당 약 84원이다.(주거용은 이보다 약 11% 높음) 화력과 원전을 신재생과 LNG로 대체할 경우 단위당 가격은 약 151원으로 1.8배가 높아진다. 삶의 질을 높이는 대가로 지불해야 할 비용을 국민들이 받아들일 수 있느냐는 완전히 별개다. 원전을 폐쇄하려는 선진국과 같이 우리 국민도 이를 수용하기를 기대해야 한다. 작년 여름 폭서로 늘어난 가정용 냉방기 사용 전력요금을 폭탄이라 지탄하면서 강제 인하했던 기억으로는 미래 세대가 지불해야 할 비용을 어떻게 설득할 수 있는지 우려스럽다.

반드시 짚고 넘어가야 할 주제로 에너지 수급 다변화 이슈다. 재생에너지는 완전 자급이 가능하다. 그러나 현재까지 상용화된 기술과 가격으로는 2030년까지 20% 이상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다. LNG는 전량 수입이다. 특성상 수입량을 미리 장기구매해야 한다. 채굴장과 저장탱크가 연계돼 있기 때문이다. 주도권이 소비자가 아닌 공급자에게 있다. 우리에게는 가격 통제력이 없다는 얘기다. 국가 에너지정책에 반드시 담겨야 할 핵심 과제다.

다음은 국가의 전력수급 정책 과제다. 5년 전 전력 예비율이 5% 언저리에 있을 때 정전에 대한 공포 경험이 있었다. 전년도 예비율이 8.5%라고 하지만 노후화된 화력과 원전 가동을 중단할 시 예비율이 5% 이하로 떨어지는 건 시간문제다. 예비율이 한 자리에 머물면 국가전력 수급이 위기에 봉착한다. 심각한 전력 대란을 걱정해야 한다. 화력발전소 건설에 최소 6년, 원전건설에 12년 이상이 소요됨을 고려한다면 기수립된 발전원별 수급계획을 일시에 바꿀 수 있는 재량권은 그리 크지 않다.

전력수급계획 개편은 국가의 몫이지 국민의 몫은 아니다. 그러나 염려스럽다. 환경단체들의 일방적 주장만으로 일시에 뒤집을 수 있는 있는 국가 정책은 분명 아니다. 새로운 정책을 확정시키기 전에 국민들에게 이슈가 될 만한 것들을 내놓고 합의를 이끌어 내야 한다. 전기요금이 80% 가까이 상승하게 될 경우 산업체들의 국제경쟁력에 얼마만큼 영향을 주게 될지에 대한 해결책도 산업체들에게만 맡겨둘 사항은 아니다. 아무리 좋은 취지의 정책이라도 우리만의 노력으로 해결될 수 있는 게 아니라면 냉정한 판단이 필요하다. 정책은 기득권을 가진 우리 세대만을 위한 것이 돼서도 안 된다. 후대들에게 어떤 부담감을 안겨 줄 것인지를 분석해야 한다. 우리가 즐긴 비용을 자식들에게 빚으로 부담시키는 것만은 절대 막아야 한다. /서울대학교 건설환경종합연구소 산학협력중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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