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원회가 가계부채 대책을 놓고 오락가락하는 모습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지난 8월31일 취임 이후 줄곧 ‘올해 가계대출 증가율 6%대 관리’를 외쳤다. 1800조원을 웃돌며 폭증하는 가계부채를 잡기 위해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축소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었다. 특히 가계대출 폭증의 주범으로 꼽히는 전세대출에 대해선 규제 입장을 보여왔다. 일부 시중은행들은 대출 총량에 여유가 없자 전세대출 신청을 받지 않는 극약 처방까지 썼다. ‘실수요자인 전세세입자들은 건드리지 않는다’는 그간의 불문율을 깰 정도로 금융당국 입장은 확고했다.하지만
여당 대통령 선거 후보나 제1 야당의 주요 대선 경선 후보의 1호 공약은 역시 ‘부동산’이었다. 부동산이 150일도 채 남지 않은 차기 대선 민심 풍향계를 가를 핵심임이 틀림없어 보였다. 이른바 ‘대장동 의혹’이 온 나라의 관심을 빨아먹는 ‘블랙홀’이 되어버린 이유도 그게 다름 아닌 부동산 문제이기 때문일 것이다.누가 나라를 이렇게 만들었나. 여당 대선 후보가 답을 했다. 그는 대장동 개발 특혜 의혹을 해명하는 과정에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에 따른 예상 못 한 집값 폭등 때문”이라고 말했다.맞는 말이다. 부동산 정책
익히 짐작은 했지만 막상 드러나고 보니 그저 놀랍다. 대장동 개발사업 얘기다. 신도시 개발마다 끼리끼리 어느 정도 이권이 오갈 것이라 추측은 했지만 그 정도인지는 몰랐다. 몇백만원 넣어 몇백억씩 수익이 났다. 서른두살 ‘말단’ 사원에게 50억원의 퇴직금(혹은 산재위로금)이 쥐어졌는데 그는 “회사가 엄청난 수익을 남겼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이뿐인가. 대법관, 특검 출신의 법조인들이 법률자문 등을 해주며 월 수백만원을 받았다. 일부는 이들의 자녀들도 연루됐다고 한다. 알만한 전현직 정치인들의 이름도 거론된다. 건축사 승효상이 한 도
인천항은 한국의 항구 중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항구다. 6·25 전쟁의 패러다임을 바꾼 인천상륙작전으로 유명세를 탄 데다 한강의 기적을 일군 우리나라 경제발전의 주축 항구 역할을 해왔기 때문이다. 이런 인천항이 토사 퇴적 등으로 몸살을 겪으면서 해양수산부 주도로 인천내항 재개발에 들어간 상태다. 최근에는 인천시가 ‘2040년 인천도시기본계획안’에 인천 내항 1·8부두를 보전용지로 변경하는 내용을 해수부와 인천항만공사에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되고 있다.이런 상황에서 인천 내항을 세계 최초 해저도시로 개발해야 한다는 제안이 나와
한 사업자가 새 상품을 출시하려 한다. 소비자들도 이 상품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다. 정부도 보다 많은 수요자들에게 상품이 공급되길 바란다. 여러 까다로운 행정절차를 거쳐 상품을 시장에 내놓기 직전, 정부가 조건을 내걸었다. 상품가격을 두고 사업자가 책정한 1000원이 아닌 “700원만 받으라”고 요구한 것이다. 근거는 기존에 팔던 옛 상품의 가격 등이다. 원료값과 인건비 인상, 이럴 경우 어느 사업자가 상품을 출시하려 할까. 여기서 상품을 ‘새 아파트’로 바꿔보자. 현재 주택시장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이다.“가장 큰 규제요? HU
2021년 9월 대한민국 현재 시점에서 백신과 주택의 공통점을 말한다면 둘 모두 공급이 달린다는 게 제일 먼저 떠오른다.세계가 인정한 선진국 반열에 오른 한국은 아직 백신 접종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 가입국 중 하위권을 맴돌고 있다. 충분한 백신을 확보하지 않아서다.지난달 전국 아파트 3.3㎡당 평균 매매 가격은 2000만원을 돌파했다. 정부 규제 등 여러 요인에 따른 신규·재고주택 공급·거래 부족에 따른 결과다.두 번째 공통점은 정부의 오판과 어설픈 개입에 따른 실패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실인지 모르겠으나, 한국이 백신 확보에 늦은
올해 8월31일 기준 해외건설 수주액은 약 162억 달러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8억 달러를 수주한 것과 비교하면 약 9% 감소했다. 이대로면 300억 달러 수주를 달성할 수 있을지 미지수다.한국 건설업체들의 ‘해외 도전’은 2010년대 이후 가시밭길을 걸었다. 특히 2015년 이후 성적표는 처참하다. 2016년부터 2020년까지 200억 달러에서 300억 달러 사이를 오가며 부진을 면치 못했다. ‘역대 최고 수주’를 기록했던 2010년 716억 달러와 비교하면 수주액은 절반 이하다.상황이 이렇게 흐른 데는 한국 건설업체들의 텃밭
국회 기획재정위원회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부과기준을 현행 공시가격 기준 9억원에서 11억원으로 상향조정했다.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주도하고 야당인 국민의힘이 합의한 것으로 사실상 여당 뜻이라고 보면 된다. 이번 조치로 종부세 납부 대상자는 18만명에서 9만명으로 줄어든다고 한다. 공시가격 상위 2%를 공시가격으로 환산하면 10억7000만원쯤 된다고 하니까, 당초 과세자 비율로 과세하려던 것을 과표로 바꿨다고 보면 별 무리가 없어 보인다. ‘황당한’ 조세체계에서는 벗어나게 됐다는 의미는 있지만 종부세 완화라는 뜻은 끝내 관철시킨 셈
정부의 잇따른 구두개입에도 불구, 고공 행진하는 집값이 잡히지 않고 있다. 특히 수도권 집값은 전통적인 비수기인 여름에도 오름폭이 확대되고 있다. 무주택자 입장에서는 서울에서 내 집 마련이 ‘넘사벽’이 되고 있는 것이다.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7월 서울 주택(아파트·단독·연립주택 포함) 매매가격은 전월(0.49%)보다 0.11%포인트 오른 0.60%나 상승했다. 서울 집값은 2·4주택 공급 대책 영향으로 3월 0.38%, 4월 0.35%로 두 달 연속 1, 2월 상승률보다 줄었으나 5월(0.40%), 6월(0.49%), 7월(0.6
우리나라엔 주택가격 전망을 발표하는 기관이 3군데 있다. 한국부동산원, 주택산업연구원, 한국건설산업연구원이다.그런데 지난해 이들 기관의 집값 전망치가 모두 완전히 빗나갔다.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해(2020년) 전국 주택가격은 2019년 12월 대비 5.4% 상승했다. 2011년 이후 9년 만에 최고치다. 전셋값은 같은 기간 4.5% 올랐다. 서울 등 수도권은 작년 기준 집값이 6.8%, 전세는 5.5% 상승했다.국내 3대 부동산 연구기관들의 지난해 주택시장 전망과는 다른 결과이다.부동산원은 작년 1월 ‘2020년 부동산시장 전망
예정대로라면 대곡소사선(고양 대곡~부천 소사)은 이달부터 운행을 시작했어야 한다. 하지만 계획이 바뀌었다. 공사 지연으로 개통 시점도 19개월 뒤로 멀찍이 밀려났다. 국토교통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대곡~소사 복선전철 민간투자시설사업 실시계획 변경(7차)’을 지난달 고시했다. 이 변경안에서 밝힌 개통 시점은 2023년 1월이다. 2016년 6월 착공한 후 공사 기간이 7년으로 늘어나게 됐다. 철도공사 지연은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다.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 노선도 개통 시점이 뒤로 밀리고 있다. 2018년 12월 ‘형식적인 착
집값 문제를 해결하는 숙제의 답은 ‘공급’이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전세 물건이 2배 이상 늘었다. 7월12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가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 개정안 가운데 ‘투기과열지역 내 재건축 아파트 단지 조합원이 분양권을 얻기 위해선 2년간 실거주해야 한다’는 내용을 빼기로 한 뒤다. 매물이 늘면서 전세 호가가 1억원가량 내렸다. 그래서 공급이 답이다.규제는 독이다. 재건축 조합원 2년 실거주 의무가 추진되던 지난 1년 1개월 동안 분양권을 받으려는 집주인의 입주로 기존 세입자가 밀려났고, 물건이 귀해져 전셋값이
서울 대치동의 은마아파트 지하에 2300t의 쓰레기가 쌓여 있다는 뉴스는 놀라웠다. 매트리스, 자동차 카시트, 골프가방, 인형에다 동물의 사체와 해충들도 있었다고 한다. 40년 만에 대청소를 한다는 것은 더 놀라웠다. 여기에 들어가는 비용은 3억5000만원이라고 했다. 강남아파트의 상징처럼 알려진 이 고가 아파트 입주민들이 3억원이 없어 그간 악취를 참고 살았다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았다. 지방 변두리의 저가 아파트도 이렇게 관리하지는 않는다.그런데 은마아파트는 왜 갑자기 40년만의 청소라는 ‘결단’을 내리게 됐을까? 사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는 새로 등장하는 철도교통수단이다. 핵심은 빠른 속도. 지하 40~50m 대심도에서 평균시속 100km, 최고 시속 180㎞로 내달린다. 이를 통해 수도권 외곽에서 서울 도심의 주요 거점을 30분 이내 이동할 수 있도록 한다. A노선은 총 11개 역에서 정차한다. 운정-킨텍스-대곡-창릉-연신내-서울역-삼성-수서-성남-용인-동탄. 당초 계획은 10개 역이었지만 3기 신도시인 고양 창릉신도시 교통대책 보완을 위해 창릉역이 추가됐다. 역 간 거리는 5~12km 정도다. 대곡-연신내 구간 길이가 9.8km였는데 창
안 그래도 머리 아픈 이슈가 많은 건설업계에 ‘메가톤급’ 화두가 또 떨어졌다.건설공사 현장에 기존 최저임금과 별개의 ‘임금 하한선’이 설정된다. 건설근로자의 임금 정보를 수집한 후 대다수가 지급받는 임금 수준을 임금 하한선으로 설정하라는 것이다. 전체 근로자가 단일 임금을 적용받는 게 아니라 직종별(127개)로 분류돼 개별 임금을 적용받는다. 문재인 대통령 공약 사항으로 국토교통부가 2017년 12월 건설산업 일자리 개선 대책을 통해 도입 방침을 밝힌 적 있다.집값 폭등 등 다른 문제에 가려져 있던 적정임금제가 다시 떠오른 셈이다.
6월18일은 ‘건설의 날’이 제정된 지 60년이 되는 날이었다. 하지만 건설업계 어디서도 ‘60년을 축하하는 덕담’을 마음 편하게 나눌 수 없었다. 전날 일어난 물류시설 화재사고와 6월9일 발생한 광주 철거 참사가 건설업과 건설 관련 업종의 ‘안전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드러냈기 때문이다. 실제 최근 몇 년 사이에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는 건설 관련 안전사고는 한국 건설과 건설 관련 업종의 ‘안전 인식’이 아직도 후진성을 면치 못하다는 것으로 보여주고 있다. 후진적인 중대재해 인명 사고는 건설업과 건설인에 대한 불편한 시선으로 이어지고
정부여당이 또 한번의 부동산대책을 준비중이라고 한다. 물론 이번에도 ‘주택시장안정’을 위해서다. 내용을 보니 핵심은 종합부동산세를 공시지가 상위 2%에만 부과하는 것과 양도소득세 부과 기준을 시가 9억원에서 12억원으로 높이는 방안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부동산세금을 경감하겠다는 얘기다.벌써 몇번째 대책인가. 20번이 넘고 나서부터는 몇번째 대책인지 세어지지도 않는다. 이번 대책은 기존 대책과 기조도 다르다. 그간 대책들이 부동산세금 강화에 맞춰져 있었다면 이번에는 부동산세금 완화다. 세금을 줄이면 집값이 잡힌다는 뜻일까? 도대체 시
“한국토지주택공사(LH) 기능을 다른 기관으로 넘기면 다른 기관에서 그 비리가 척결되나.”지난 6월7일 발표된 정부의 ‘국민신뢰 회복을 위한 LH 혁신방안’에 대한 관련 전공 대학교수·연구자 등 전문가들의 의문이다.LH 조직을 쪼개고 비핵심 기능을 지방자치단체 등에 넘긴다는 내용이 ‘알맹이 없는 땜질 개혁’이라는 얘기였다. 게다가 핵심인 조직개편은 당정 이견으로 8월로 유보됐다.신도시 투기 의혹이 불거진 직후 ‘해체 수준’ 운운하며 떠들썩한 말 잔치를 벌였던 정부와 여당의 처지가 궁색해졌다. 중요한 선거를 앞두고 있어서 그랬는지 당
아파트 리모델링이 건설업계 관심사로 급부상했다. 이전부터 이 시장에 공을 들여온 포스코건설, 쌍용건설뿐 아니라 삼성물산, 현대건설, HDC현대산업개발 등 주요 대형 건설사들도 대거 뛰어드는 모양새다. 정부 규제 강화로 재건축 수요가 줄어들자 리모델링으로 범위를 넓혀가는 것이다. 리모델링 사업은 재건축에 비해 규제도 덜하고 사업기간도 짧다. 이런 장점에도 불구하고 리모델링 사업은 그동안 재건축에 비해 활성화되지 못했다. 여기엔 다양한 요인들이 있다. 핵심적으로 ‘수직증축’과 ‘내력벽 철거’ 허용을 두고 뒷짐만 지고 있는 정부 탓이 크
인프라 스트럭쳐와 도시계획이 화두다. 최근 서울시와 국토교통부, 정치인들이 잇따라 대형 교통망 개발사업을 꺼내는 모습이다. 각자 파급력이 대단하고, 서울 도시계획을 넘어 한국 국토계획까지 바꿀 수도 있는 대형 사업들이다.이같은 현상은 4·7 보궐선거에서 이미 예측됐다. 여야를 막론하고 서울시장 후보들은 대형 인프라 스트럭쳐 개발을 공약으로 내세웠다.선거가 끝나고 나서도 여진은 계속되는 양상이다. 포문은 국토부가 열었다. 5월4일 노형욱 국토부 장관이 국회 청문회에서 발언하면서 상습 교통정체 구간인 경부고속도로 서울 강남~경기 화성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