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용산정비창 부지에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 얼마나 됐을까. 50만㎡ 규모에 달하는 부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건 2005년이었다. 당시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전환하면서 떠안은 4조50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코레일은 보유하고 있던 용산정비창 부지를 개발해 부채를 털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렇게 긴 여정이 시작됐다.당시 서울시가 한강 경관 개선을 고려해 한강변에 있는 서부 이촌동까지 아우르는 통합 개발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사업비 규모가 31조원으로 불어
불법하도급은 ‘내로남불’이다. 그래서 특징이 따른다. 하나, 윤리에 상대성이 적용된다. 자신에겐 이유가 있고, 남에겐 이유가 없다. 다른 하나는, 절대 사라지지 않는다. 현실적으로 그렇다. 하지만 역설적이다. 한국 건설산업 선진화를 위해 꼭 해야 할 것이 바로 불법하도급 근절이다. 앞서 언급했다. 불법하도급은 현실적으로 사라지지 않을 것이라고. 이는 중요한 화두를 던진다. 불법하도급은 매우 만연해 있지만 엄밀히 말해 범죄에 속한다. 쓴소리를 하자면 부가가치를 창출해야 할 산업 내에 범죄가 만연해 있다는 뜻이 된다. 그 범죄를 저지른
주택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전국 아파트 가격 양극화 양상은 심화되고 있다. 두고볼 수만은 없었던 정부는 추석 전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번의 주택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리 없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대응을 긴밀하게 해나가야 한다.부동산 정책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온 역량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시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터질 것이 터졌다.감사원이 최근 부동산 가격과 고용 통계, 가계소득 분야 국가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지난 7월15일 충북 청주시 미호천교 확장공사를 위해 설치한 임시 제방이 붕괴되면서 쏟아져 나온 미호강 강물로 청주시 오송읍에 있는 궁평2지하차도(436m)가 물에 잠겨 지하차도를 지나던 운전자 등 14명이 숨지는 등 24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 하폭이 좁은 미호강에 설치된 수많은 도로, 철도, 가설교량, 가설도로 기둥이 물의 흐름을 막은 것과 사고 후 수습에 나선 정부의 일관성 없는 행정 부재로 사고를 더 키운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미호강교 가설교량, 가설도로는 물의 흐름을 방해하고 통과하는 교각 사이로 단면적이 좁아 물의 적체를
백약이 무효다. 지역의 도시와 마을들이 꼼짝없이 스러져간다. 진보, 보수 관계없이 정권마다 도시 재생, 마을 르네상스, 지역 활성화 별별 슬로건을 동원했건만 사정은 좋아지질 않는다. 지자체에서 내세운 장밋빛 청사진은 사기에 가깝다고 할 만큼 현실과 거리가 있다. 나날이 나빠지는 제 마을의 사정을 온몸으로 다 맞는 주민들은 거짓 공약임을 알고 있지만 오랫동안 겪은 탓에 무덤덤한 표정이다. 희망 갖는 일이 때론 더 고통스럽기에 희망과 대안에 대해 입을 닫고 산다. 세상 여론을 주도하는 수도권은 아예 이 문제에 입을 닫고 눈도 지그시 감
하도급법상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건설위탁을 하는 경우 및 건설위탁을 한 이후에 해당 계약내역에 없는 건설위탁 또는 계약내역을 변경하는 위탁을 하는 경우에는 반드시 이와 관련된 건설위탁 계약서를 교부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사업자가 수급사업자에게 서면을 미교부하는 행위가 여전히 공정거래위원회에 적발되고 있는데, 공정위에 적발되는 서면 미교부 행위는 대부분 추가공사를 위탁하면서 발생하고 있다.건설위탁 계약을 체결한 후 시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계약 내역 이외의 추가공사가 발생하는 일이 나타나는데 이때마다 추가공사
필자가 사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주차면 상당부분은 몇 달째 주차금지 띠가 둘러쳐져 있다. 천정 배관에서 흘러나온 물 때문이다. 주차난을 생각하면 빨리 보수가 됐으면 싶은데, 영 진전이 없다. 이 아파트는 분양된 지 갓 2년이 넘었다.새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생각보다 크다. 입주한 지 얼마되지 않아 누수된다든가, 창호 사이가 들뜬다든가 심지어 벽에 금이 가 있더라는 불만은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입주자들은 행여 집값이 떨어질까봐 속앓이를 할 뿐 대놓고 말도 못 한다. 최근 철근 누락 전수조사 결과를 본
최근 2/4분기의 경기지표가 발표되면서, 하반기 건설시장은 더욱 위축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한국은행이 발표한 2분기 국민소득 잠정치에 따르면, GDP는 전 분기 대비 0.6% 성장했으며, 건설투자는 이전 속보치의 -0.3%에서 -0.8%로 하향 수정됐다. 이는 토목건설투자의 감소에 기인하는 바가 큰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아울러 한국은행은 지난 8월 경제전망보고서에서도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는 전년 동기대비 2.1%, 하반기에는 -0.5%, 2024년 상반기에도 -2.5%, 하반기에는 2.0%로 반등하나 전체적으로 건설경기는
근로복지공단이 국회에 제출한 ‘온열질환 산업재해 발생 현황’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부터 2023년 6월까지 온열질환 산업재해로 승인된 건수는 총 117건이며 이 중 사망 사고가 발생한 경우는 19건으로 나타났다.작년부터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 대상에 열사병이 포함되면서 1년 내 3명 이상의 열사병 환자가 발생하거나 열사병으로 인한 사망자가 발생한 사업장은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 별표1에 따르면 고열작업 또는 폭염에 노출되는 장소에서 하는 작업으로 발생한 심부 체온 상승을 동반하는 열사병을 직업성 질병으로
최근 만난 업계 인사들의 공통 관심은 이른바 ‘9월 위기설’이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9월1일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 방침을 밝히면서 “9월 위기설은 없다”고 일축한 게 되레 궁금증을 자아낸 모습이다.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에 떠도는 자영업자 대출이 코로나19 대출 지원 종료와 맞물려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 등을 위기설의 근거로 추정했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 만기를 연장하면 그만인지라 대통령실이 나서 진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였다.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설도 현재까지 호재이
얼마 전 발표된 정부의 2024년도 연구개발(R&D) 예산 배분의 골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혁신 R&D와 국방 및 안전, 탄소중립 등의 국가 임무수행을 위한 필수 R&D, 그리고 효율화와 내실화, 통합화, 유연화를 위한 R&D 투자의 비효율 개선이다. 하지만 국가의 중차대한 전략과 예산을 조정하는 과정에서 그 논리성과 투명성, 그리고 공청회 등을 통해 이해당사자들의 의견이 충분히 수렴됐는지 그 과정을 제대로 들여다볼 필요가 있다.국가 R&D 전략을 수립하기 위해서는 과정에 따른 다양한 요건들을 고려해야 한다. 먼저 국가 R&D 전략
재건축조합과 시공사 간의 공사비 검증 관련 문제에 대해 많은 전문가들의 제도적 보완에 대한 논의가 있다. 가끔 분쟁당사자 중 공사비 내역서가 없다는 점이 분쟁을 더 야기한다는 주장을 하기도 하고, 공사비 내역서 때문에 더 문제가 된다고도 한다. 그러나 과연 공사비 내역서를 모두 도입하거나 없애면 더 좋을까? 어떠한 이점과 단점이 있을지 우리는 건설공사 발주제도에 대한 이해를 보다 입체적으로 한 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논의에 앞서 ‘계약자유의 원칙’은 근대 민법의 3대 원칙을 이루고 있는 원칙으로서, 우리 법원에서도 당사자 간 합의
‘순살자이’ ‘통뼈캐슬’ ‘흐르지오’이 단어들을 최근 SNS에서 한 번은 본 적 있을 것이다. ‘K-건설’이 어쩌다 이런 조롱과 야유를 받게 됐는지 답답한 마음까지 든다.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태 후폭풍이 한국 건설업 전반을 휘감은 분위기다.GS건설 사태를 기점으로,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국 민간아파트로 부실공사 점검 범위를 넓혔다. ‘혹시 우리 아파트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하지만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
올해 초만 해도 2023년 한국 경제의 방향성은 상저하고(上低下高), 즉 상반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있을 것이나 하반기 이후 경기가 개선되는 흐름을 가질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이에 대해 정부나 국책연구기관들은 물론이고 민간에서도 비슷한 시각을 가졌었다.그러한 전망의 배경에는 대외적으로 미국 경제가 연준의 고금리 기조에도 불구하고 강세를 이어가고 있다는 것과 특히 중국이 작년 12월 그동안의 제로 코로나 정책을 포기하고 시장을 재개방했다는 우호적 대외 여건이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작년 10월 이후 지속되던 우리나라의 수출
지난 7월25일 한국은행은 2분기 국내총생산 속보치를 발표했다. 건설투자의 경우 전년동기대비 2.2% 증가한 것으로 집계돼 1분기(1.9%)에 이어 연속적으로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속보치는 증감률만 발표하고 건설투자액을 별도로 발표하지 않지만, 개략적으로 추정해보면 올해 상반기 건설투자는 약 125조2000억원으로, 작년 상반기 122조6000억원에 비해 2.1%(2조6000억원) 증가한 것으로 보인다.그런데 최근 타 건설지표나 기업심리(BSI) 등을 생각해보면 증가한 건설투자는 고개를 갸우뚱하게 한다. 올해 상반기 건설수주는
‘9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앙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지목된다. 글로벌 경기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 만큼, 국내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PF대출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위기 신호는 여러 경로로 감지된다. 지식산업센터 부문의 신호가 강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승인받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1511곳이다. ‘지산 붐’이 일었던 3년 전인 2021년 7월 1247곳이 승인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 부문에서의 공급과잉과 돈맥경화가 얼마나 심각한
인천국제공항 1단계 여객청사 공사현장에 CCTV를 설치하려는 계획이 공개되자 원도급사는 물론 작업반장들이 반발했었다. 이유는 현장 감시는 개인의 프라이버시를 무시하는 행위 때문이라는 것이다. 공단이 CCTV를 설치하려는 목적은 위험물과 들쥐를 감시하기 위해서였다. 최근 부실공사와 인명사고가 끊임없이 일어나자 극단적 조처로 서울시가 관내 공사현장에 CCTV를 설치해 부실공사를 원천차단하기로 했다. 일부 건설사가 민간공사에 도입하기로 화답했다.필자 견해로는 부실공사 빈도는 낮아지겠지만 사라지지는 않을 것 같다. 물론 인명사고도 여전히
이번 무량판구조의 사고는 근본적으로 설계 누락, 감리에서 설계구조에 대한 검토 미흡, 시공사들의 관리부실, 전문업체들의 시공능력 부족이 복합적으로 어우러져 발생한 사고로 판단된다. 그렇다면 단계별 절차에서 각자의 소임을 다하고 있는지 생각해보자. 설계는 어떤가. 건축사사무실에서 구조기술사가 있는 회사에 용역 의뢰해 설계도면을 납품받은 후 후속관리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물어보고 싶다.현장을 총괄 지휘하는 시공회사의 조직을 살펴볼 때 주택법에 의한 기술자들을 배치하는 것은 이해하더라도 최소한 건축시공기술사가 1명은 상주해야 하지 않을까
2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직원들의 땅투기로 국민들의 눈총을 받더니 이제는 무너진 아파트로 전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다. 주차장 붕괴 이후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와 보강을 비롯한 후속 조치들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기저기 허점이 발견되며 더더욱 신뢰를 잃었다. 이에 대한 LH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과연 LH가 혁신이 가능하긴 한가’ 의문까지 들게 했다.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와 LH가 전수조사 방침을 발표하며 줄곧 강조했던 것은 바로 ‘투명하게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지난 4월29일 인천 검단에 위치한 아파트 지하주차장 천장이 무너지는 사고가 발생했다. 설계오류와 부실시공, 건설사업관리자(감리자)의 관리부실 등 원인과 정도도 제각각이다. 한마디로 총체적인 부실이다. 이번 붕괴 사고는 선진국 문턱에 들어선 대한민국의 부끄러운 민낯을 여실히 드러냈다.국토교통부 건설사고조사위원회는 재발방지 대책으로 무량판구조의 심의절차 강화 및 전문가 확대, 검측절차 강화 및 관련 기준 연계 보완을 제시했다. 하지만 이런 대책만으로는 근본원인을 해결할 것으로 보이지 않는다.잊을만 하면 발생하는 건설을 둘러싼 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