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용부, 사업주 의견개진 절차 폐지 개정령안 입법예고 파장
요양급여 지급기간 단축 명분… 불복시 소송외 해결책 없어 문제

# 근로자 A씨는 공사 현장에서 자재 정리작업을 하다 왼쪽 팔꿈치 염좌 진단을 받고 요양신청서를 제출했다. 이에 대해 사업주는 재해 발생 날 자재 정리작업이 아닌 단순 청소작업을 했고, 이후로도 일주일간 정상적으로 작업을 수행했다며 의견서를 제출했다. 근로복지공단은 이같은 의견을 바탕으로 사실관계를 확인하고 재해가 업무와 인과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결론 내렸다.

# 근로자 B씨는 공사 현장에서 타일공사 작업 중 허리를 다쳤다고 주장하며 요양신청서를 냈다. 사업주는 회사 측에 보고가 없었고, 현장 종료일까지 정상적으로 업무를 수행했다고 의견서를 제출했다. 공단 조사 결과 재해와 업무의 인과관계가 인정되지 않는다며 업무상 재해를 불인정했다.

고용노동부가 ‘산업재해보상보험법 시행규칙 일부개정령안’을 입법예고, 요양급여 신청 시 사업주 의견을 받는 절차를 없애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다.

요양급여 지급 기간을 줄이기 위한 목적인데 이를 위해 사업주의 정당한 의견 개진 권리까지 제한하는 것이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온다. 또 실질적으로 사업주가 요양급여에 대한 이의를 다투려면 행정소송으로 진행해야 해 결국에는 불필요한 행정 낭비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업계에 따르면 통상 산재 처리는 근로자가 요양급여 신청서를 접수하면 보험적용 관계, 기재 사항 누락 여부 등 기본적인 사항을 확인해 사업주에게 요양급여 신청 사실을 통지하고 의견을 받는다. 이후 재해 경위를 확인하는 등 재해조사와 자문 등을 거친다. 특히 업무상 질병, 뇌 심혈관질환 등 전문적인 질병의 측정이 필요한 경우엔 전문기관에 의뢰하게 된다.

고용부는 사업주에게 의견을 묻는 절차를 없애면 업무상 질병 처리 기간을 14일에서 30일가량 단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산재보험이 사업주가 전액 부담하는 보험료로 운영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업주 의견과 객관적 증빙자료를 제출하도록 한 것이 사라지면서 근로자 중심의 입장만 반영된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사업주의 의견제출 절차를 아예 없애는 것은 한쪽 입장만 반영한 것이다”며 “차라리 ‘의견 없음’이라도 낼 수 있도록 해야지 아예 없앤다는 것은 근로자가 산재 신청 시 인정하라는 것밖에는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만약 산재 처리 이후에 근로복지공단으로부터 통보받고, 이의가 있을 때 행정소송으로 따질 수밖에 없어 행정 낭비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노무법인 명률 최정일 노무사는 “사업주에 대한 의견조회 10일 때문에 처리 기간이 길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장·역학 조사 등 공단 내부 업무처리 시스템으로 업무가 길어지는 것”이라며 “부정수급을 목적으로 산재보험을 청구하는 근로자에 대한 여과 기능을 막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또 “사업주 의견제출 기회를 없애면 결국 사업주는 소송을 통해 공단에 업무상 재해가 아니라는 것을 주장해야 하는데, 이 경우에는 입증 책임이 사업주에게 전가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고용부 관계자는 “사업주의 의견제출 절차가 생략됨으로써 사업주의 정당한 권리가 제한되는 것처럼 비춰지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공단의 조사과정에서 사업주 의견이 반영된다”면서 “의견제출 절차가 생략되는 만큼 조사과정에서 사업주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도록 세부 지침을 세울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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