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번 실수는 병가의 상사’라고 했다. 사업을 하다보면 “아차!”싶은 일 한 번 없겠는가. 마치 전쟁통을 방불케 하는 경쟁 속에서 말이다. 그러나 한번은 실수지만 두 번은 습관 또는 실력이라는 말이 있다. 특히 업체의 사활이 걸릴 만큼 중대한 사안이라면 더욱 그렇다.대금 등의 문제로 종합업체와 분쟁을 겪고 있는 전문건설업체들을 취재하다 보면, 업체들이 특히 많이 하는 실수가 바로 서면 등 증거를 남기지 않은 것이다.구두로 작업지시를 받았다지만 입증할 증거가 없기에 분쟁은 장기전으로 간다. 종합업체는 그런 적 없다고 발뺌하면 되기
“국민이 요구하는 혁신 목표는 분명합니다. 모든 공적인 지위와 권한을 오직 국민을 위해서만 사용하라는 것입니다. 한마디로 공공성을 회복하는 것입니다”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8월 공공기관장 워크숍에서 한 인사말이다. 정부는 이에 앞서 공공부문 갑질 종합대책을 내놓기도 했다. 대통령이 공공기관의 공공성을 언급하고, 정부의 종합대책이 나와야 할 만큼 이 문제가 사회적으로 심각한 수준이다.최근 본지는 한국전력, 제주도 해양수산연구원과 전문건설사들의 마찰을 보도했다. 이들 기관은 주어진 제도와 환경에 맞게 시설공사를 집행했다고 설명했다. 한전
건설분야 기술인‧기능인 양성에 관한 취재 과정에서 매번 듣는 말이 있다. 건설특성화고 교사, 건설사 관계자, 교육훈련기관 담당자, 기능인 출신 기술자까지도 입을 모아 얘기한다.“배우고자 노력하면 시간이 걸려도 인정받을 수 있다”는 말이다.A씨는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을 졸업한 후 전문건설업체에 입사해 현재는 종합건설사에서 근무하고 있다. 그는 건설관련학과 출신이 아니었지만 1년 동안 현장에서 밤을 세워가면서 공무일을 배웠다고 한다.교육 분야에 종사하는 B씨는 취재 과정에서 교육제도에 대한 불만을 말하면서 공공 차원에서
올해 국정감사가 최근 마무리됐다. 사설유치원 문제를 비롯해 공공기관 낙하산 채용 문제 등 사회적 파장이 큰 각종 비리들이 국감을 통해 드러났다. 이처럼 매년 이맘때 이뤄지는 국감에서는 사회적으로 부조리한 수많은 문제들이 제기되고 개선이 약속된다.이 중 매년 국감에 단골손님으로 등장하는 문제가 있다. 바로 ‘하도급 갑질’이다. 해마다 대기업 오너들이 국감장에 출석해 개선의지를 표명하지만 사실 실질적인 개선이 이뤄진 것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올해 국정감사에서도 어김없이 하도급 갑질 중 끝판 대장쯤으로 여겨지는 건설하도급 갑질이 도마 위
지난 7월25일 인천 건설기술교육원에서 첫 번째 ‘건설산업 생산구조 혁신 노사정 선언식’이 있었다. 당시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 등 참석자들은 BIM 등 과정을 밟고 있는 교육생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다. 그날을 계기로 한 청년이 GS건설에 취직을 했다며 지난 7일 2차 선언식에 참석해 장관에게 감사의 뜻을 전했다.그것을 보니 또 다른 장면 하나가 떠올랐다. 지난해 12월 김 장관은 건설기능인 도제식 훈련에 참여하는 한 특성화고교를 찾아 학생들을 격려했다. 하지만 훈련에 참여하고 졸업 후 전문건설사에 취업했던 학생들은 그 회
최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김철민 의원(더불어민주당, 안산상록을)은 “하도급 임금 관련 분쟁을 시공능력 평가시 반영하도록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고 국감기간에 밝혀 관심을 끌었다.시공능력평가제도란 건설업체의 시공능력을 공사실적, 경영상태, 기술능력, 신인도 등을 종합적으로 평가하는 것이다. 이를 기준으로 입찰 참가를 제한할 수 있고 조달청에서는 등급별 유자격자명부, 도급하한제 근거로 활용한다.김철민 의원이 국토교통부와 고용노동부로부터 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3년부터 2018년 8월까지 시공능력평가 상위 20개 기업들이 국토부 소관
“전문건설사가 원활히 운영되려면 직원 1명이 연매출 10억원 정도는 책임져야 한다는 말이 있습니다. 제가 속한 부서는 그렇지 못한 상황이라 다른 부서에 얹혀 사는 거죠”최근 만난 전문건설사의 한 직원이 푸념 아닌 푸념을 늘어놨다. 회사가 특정 공법의 성장을 예상하고 10년 넘게 투자를 하고 있는데 시장형성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매출이 안 오르는 상황이란다.“회사를 30년째 운영하면서 새로운 먹거리를 찾는 고민을 계속하고 있습니다. 기존 사업으로 돈을 조금 벌면 새로운 관심분야에 연구개발 투자를 하고 있죠. 그만큼 주력 사업도 바뀌
지난 5일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가운데 충북 음성 전문건설공제조합 기술교육원에서는 ‘제26회 건설기능경기대회’가 열렸다. 쌀쌀한 가을 날씨와는 다르게 기능경기대회 현장은 참가자들의 열기로 뜨거웠다.14개 직종에 참여한 229명의 건설 기능인들은 그동안 자신이 연마한 기술을 뽐내기 위해 집중했으며, 쉬는 시간에도 참가자들끼리 대화하면서 해법을 모색하는 등 열정적인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뜨거운 기능경기대회 현장에서 가슴 한켠이 먹먹해 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그동안 알고 있었던 건설업계의 고민과 현실을 눈으로 직접 목격했기 때문이
과거부터 현재까지 건설현장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바로 정산이다. 하지만 일해주고 대가를 받는 가장 기본적인 정산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어려움을 겪는 하도급업체들이 여전히 많다.현장에서 보면 대금을 주지 않는 방법도 다양하다. 원도급사가 정해준 대금을 받아들이지 않을 경우 정산대금을 못주겠다고 갑질 하거나 추후 공사에서 손해를 보전해 주겠다고 구슬려 불합리한 정산을 유도하는 경우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하도급업체들은 이같은 압박을 견디지 못하고 이를 수용한다.이럴 때 하도급업체들이 억울함을 해결할 방법은 없을까? 현장에서
취재 과정에서 만난 경기 부천 소재 한 전문건설업체 A대표는 항상 자신감이 넘친다. 자체적으로 개발한 제품이 관급에서도 입소문이 퍼지면서 상을 받기도 하고, 공사 수주로 이어지기도 한다. 또 학계에서도 관심을 가지고 있어 공동연구 제안을 많이 받는다.상황이 이렇다보니 몸은 바빠도 힘들지가 않다. 원도급자와의 관계에서도 당당해진다. 업체의 기술력에 대한 확신이 있기 때문에 도면 설계가 잘못돼 있는 경우 정확한 데이터를 제공해 설계변경을 이끌어 낸다. 설계변경을 해주지 않으면 발생할 상황까지 예측해 해당 자료를 바탕으로 공문을 보낸다.
“아 그게 잘못된 거였습니까?”취재를 다니면서 가장 많이 들은 말 중 하나다. 부당특약 등 원도급사의 부조리한 행위들을 짚어낼 때마다 취재원으로부터 탄식이 터져 나온다. 대다수의 전문건설업체가 부당한 처우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었다.그동안은 부조리가 ‘관행’으로 인식될 만큼 산업 깊숙이 자리 잡은 점을 지적해 왔다. 이번에는 전문건설업체들의 무지와 태도를 꼬집어보고자 한다.갑질 피해는 대부분이 업체들의 무지에서 비롯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꼭 문제가 터지고 나서야 계약서를 들여다보고, 건설산업기본법·하도급법을 찾아보는 업체들이 대
건설기업들은 생산단계의 위아래로부터 도전을 받고 있다. 정부는 칸막이와 다단계가 없는 고효율 산업으로 바뀔 것을 주문하고 있다. 건설노조를 주축으로 한 근로자들은 날이 갈수록 더 많은 임금과 고용안정을 강하게 요구하고 있다.이런 가운데 지난 11일 국회에서 열린 한 국제 컨퍼런스에서 싱가포르 건설사업청의 앙 리안 액(ANG Lian Aik) 국장의 발표는 여러 가지 생각할 거리를 던져줬다.싱가포르는 건설근로자 인건비가 낮기 때문에 신기술 도입의 필요성이 낮았고, 갈수록 생산성이 떨어지는 문제가 있었다.이에 싱가포르 정부는 2010년
최근 한 전문건설업체 대표로부터 충격적인 얘기를 들었다.이 업체는 최근 3곳이 넘는 현장에서 종합건설업체로부터 대금을 제때 받지 못해 재정상태가 어려워졌다. 이 전문업체 대표는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오랜 협력사인 A종합건설업체에 사정을 이야기하고 대금지급을 조금 더 서둘러 달라고 부탁했다.문제는 이때부터 발생했다. 사정을 들은 A사에서 조기지급을 빌미로 대금삭감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대금지연이 이뤄진 3군데의 현장이야 새롭게 들어간 공사인 만큼 소통 등에 문제가 있어 대금지급이 늦어질 수 있다고 이해가 되지만 어려우니 도와달라고 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국민들의 관심을 받지 못한 한 민원글의 청원기간이 최근 끝났다. 이 글이 기자의 관심을 끈 것은 건설 관련이었고, 특히 외국 하도급회사를 상대로 한 국내 종합건설사의 갑질이 아닌가 하는 의심이 들었기 때문이다.글쓴이는 중앙아시아에 위치한 한 국가에서 건설업을 하고 있는 한국인 A씨로, 현지에 진출한 특정 건설사로부터 갑질을 당하고 있다면서 국민의 관심을 호소했다. 개인연락처가 남겨져 있어 사정을 들어봤고, 주요 내용을 요약해보자면 이렇다.A씨는 이 나라에 진출한 한국의 한 종합업체로부터 2년짜리 하도급공사를
“우리 회사는 지난해 말에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공상처리 없이 100% 산재로 처리를 하겠다’고 현장 근로자에게 통보를 했고, 약속대로 실천에 옮겼더니 안전사고 건수가 약 80% 줄었습니다”최근 만난 한 토공사업 전문건설사 임원은 건설현장 안전문제에 대해 말하던 중 이같이 밝혔다.이 업체는 지난해 산재를 은폐할 경우 과태료 처분을 강화하고 최대 징역형까지 처해질 수 있다는 소식을 접하고 공상처리 근절을 선언했다. 반년이 지나 회사 자체적으로 사고 건수와 그에 따른 비용 지출액을 살펴보니 회사는 물론이고 근로자들에게도 큰 이익이 있다
“폭염에 현장관리하기가 너무 힘듭니다. 혹여라도 우리 현장에서 사고가 날까봐 올해는 여름휴가도 가을로 미루고 현장관리에 매달리고 있습니다”최근 건설현장에서 만난 경기도 소재 전문건설업체 상무가 이같은 넋두리를 늘어놓았다. 폭염이 지속되면서 전문건설업체들이 근로자 못지않게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현장에서 만난 전문건설업체들은 주 52시간 근무제 시행과 동시에 더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사기간을 맞추기 더 힘들어졌다며 어려움을 호소했다. 주 52시간 근무제가 시행된 7월부터 탄력근무제 등을 적용해 공사현장을 근근이 운영하고 있었는데 폭
부모들은 말을 해도 듣지 않는 자식을 청개구리 같다고 한다. 최근 취재 과정에서 한 지자체가 청개구리 모습을 보여 전문건설업체들이 속앓이를 하고 있다.경기도의 한 지자체는 특허보유자와 특허사용협약을 체결해놓고도 공사낙찰자에게 특허보유자와 별도로 협약을 체결하라고 압박했다. 이같은 압박은 특허보유자에게 힘을 실어줬고, 기술사용료 증액 등 각종 갑질의 근거로 작용했다.일부 공공공사에서 낙찰자와 특허보유자가 불필요한 협약을 맺도록 하는 부당한 특약이 설정되고 있고, 이 특약이 특허보유자에게 과도한 권한을 부여하고 있다는 업체들의 주장이
전문건설사가 모처럼 공공공사에 낙찰되면 발주처와의 관계를 잘 맺고 싶어하는 것은 인지상정이다. 감독관의 작은 부탁을 쉽게 거절하지 못하고 내 주장은 강하게 어필하기 힘들어한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벌인 일들이 법에 어긋날 경우 그 책임은 고스란히 전문건설이 안게 된다. 코레일과 분쟁 중인 전문건설사들이 모두 그랬다.전문건설사들이 당하는 ‘갑질’ 피해는 주로 종합건설사에 의해 벌어지지만, 최근 본지가 보도한 ‘공사감독관의 불법하도급 강요’ 사건은 공기업에 의해 벌어져 충격이 더 컸다. 직접 당한 전문건설사들 역시 경제적 정신적 피해가
오랜만에 만난 자영업을 하는 친구가 하소연을 늘어놓는다. 진상 손님들 때문에 죽겠단다. 처음 온 손님이 외상을 달아 달라고 하는 등 정말 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고 한숨을 푹푹 쉰다.건설 산업에도 꽤나 많은 진상 손님들이 존재한다. 이들은 우월적 지위를 악용해 하도급사에 정말 무리한 부탁을 늘어놓는다. 물론 부탁을 받는 이들에게 선택권은 없다.토공사업체들에 따르면, 상당수의 업체가 “가시설물 설치도 좀 맡아서 해달라”는 요구를 받아 봤고, 또 현재도 받고 있다고 한다. 현장설명서에 미리 명시해 놓거나 뒤에서 구두로 지시하는 등 방법도
하절기가 시작되면 건설현장에는 평소보다 많은 민원이 들어온다. 동절기보다 주민들의 활동이 일찍 시작되면서 인근 공사현장에 불만을 표시하는 경우가 늘어나기 때문이다.경기도 소재 A전문건설업체도 7월 하절기에 접어들면서 원도급업체로부터 8월까지 오전 2시간 동안 공사를 진행하지 말라는 지시를 받았다. 또 다른 전문업체인 B사도 원청으로부터 비슷한 지시를 받아 이를 이행하고 있다. 구청에 접수된 민원이 있으니 행정처분을 받기 전에 사전에 조치를 취하자는 것이었다.하지만 두 현장 모두 원도급업체의 지시로 공사시간을 단축했지만 이에 대한 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