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8월8일 밤 수도권에 115년 만의 기록적 폭우가 내렸다. 도심이 마비됐다. 강남·서초 일대에서는 재난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했다. 순식간에 빗물이 차오르자 운전자들이 다급하게 버리고 간 고급 차들이 며칠 동안 도로에 방치됐다. 외신도 이런 현장 사진을 대문짝만하게 실어 여러 날 보도할 정도였다.치수(治水)는 어려운 법이다. 요새 같은 기상이변 속출 시대에는 더더욱 그럴 수밖에 없다. 다 이해해도 가슴이 쓰린 건 사람이 죽어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의 한 다세대주택 반지하층에서 살던 초등학교 6학년 어린이와 그의 어머니, 함께
‘회색코뿔소’라는 용어가 있다. 덩치가 큰 코뿔소가 저만치에서 쿵쿵대며 어슬렁거리면 모를리 없다. 그런데도 아무 대비를 하지 않다가 막상 코뿔소가 달려오면 피하지 못하고 큰 피해를 입을 수 있다. 이처럼 사전에 위험성을 충분히 알고 있었음에도 대응을 미루다 맞닥뜨리게 되는 큰 리스크를 회색코뿔소라고 부른다. 외국인을 포함한 한국 총인구가 1949년 정부수립 이후 ‘처음으로’ 감소했다. 지난해 우리나라 총인구(11월1일 기준·등록센서스 방식)는 5173만8000명으로 1년전보다 9만1000명(-0.2%)이 줄었다. 어쩌면 ‘처음으로’
최근 들어 서울 일부 지역을 제외하고, 전국 집값이 완연한 내림세를 보이고 있다. 서울 지역 아파트의 평균 전셋값도 3년3개월 만에 하락했다. 경매시장에서 전국 아파트 낙찰가율(예정 가격에 대한 낙찰 금액 비율)도 떨어지고 있다. 부동산 시장이 모처럼 안정세를 찾은 모양새다. 글로벌 경기 침체 가능성과 물가상승, 금리 인상 등이 복합 작용하는 영향으로 보인다. 하지만 주택시장은 언제든지 꿈틀거릴 수 있다. 내 집 마련 수요는 많은데 공급은 늘 부족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8월 나올 정부의 부동산 시장 안정 종합대책에 ‘확실한 공급
윗집 소음에 시달리는 A씨. 항의하고 읍소해도 그치지 않자 정말 미칠 지경이다. A씨는 “이제 ‘쿵쿵’거리는 환청까지 들린다”며 “언제 윗집에 올라갈지 나도 겁난다”고 말했다.아랫집 사람들이 너무 예민하다는 B씨. 늦은 밤에도 인터폰을 하고, 걸핏하면 올라와 항의를 해댄다. B씨는 “집에 매트를 깔고 아무리 조심해도 계속 항의를 한다”며 “이젠 인터폰 소리만 들려도 가슴이 벌렁거린다”고 밝혔다.아파트에 사는 사람들이라면 누구나 A씨, 혹은 B씨와 같은 상황이 된 적 있을 것이다. 지난해 한국환경공단의 층간소음이웃사이센터에 신고된 민
2019년 11월 카타르 도하공항을 빠져나간 직후부터 곳곳에서 대규모 공사가 한창이었다. 오는 11월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을 앞두고 경기장과 이를 연결하는 도로가 속속 모습을 드러냈다. 체감온도가 40도를 훌쩍 넘는 열기 속에서 국내 건설사 직원들은 바삐 현장을 지휘했다.당시 현장에서 만난 임원은 “구간별 교통통제까지 함께 해야 해 전례를 찾기 힘들 정도로 난도가 높다”라고 혀를 내두르면서도 “까다로운 공사를 차질 없이 수행하니 한국 건설사에 대한 신뢰도가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국내 기업들이 치열하게 쌓은 평판은 신규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때로 돌아갔다. 6월 소비자물가가 작년 같은 달 대비 6.0% 올랐다. 1998년 IMF 사태 이후 약 2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 체감물가에 가까운 생활물가지수는 7.4%나 상승했다.그런데 이게 이제 시작에 불과해 보인다. 선진국 클럽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 회원국의 5월 평균 물가는 9.6% 폭등했다. 한국이 아직 6%인 건 유럽이나 미국에서처럼 전기가격, 공공요금, 근로자 임금 급등이 아직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한국도 이제 더 이상 이들 가격의 통제를 고집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고
윤석열 정부가 출범한 뒤 두 달이 지나는 동안 가장 많은 변화가 있었던 분야를 꼽으라면 단연 부동산이다. 윤석열 정부는 세제, 공급, 규제 등 부동산 관련된 거의 모든 영역에서 문재인 정부의 기조를 뒤집었다. 법개정을 할 시간이 없다 보니 주로 시행령을 건드렸는데, 그러다 보니 부동산 관련 세법이 누더기가 됐다. 종합부동산세는 2020년 수준에서 부과하겠다며 공정시장가액비율을 낮추고, 공시가격도 지난해 기준을 적용하기로 했다. 다주택자에 대한 양도소득세 중과는 1년 유예하고, 상속받은 수도권 공시가격 6억원 이하 주택(시가 8억~9
현행 건축물(주택 포함) 관련 인증제도는 너무 다양하고 복잡하다. 담당하는 정부 부처도 다를 뿐만 아니라 상호 유사한 인증제도가 버젓이 다른 부처에 존재하기도 한다. 인증제가 많은 데다 중복까지 되면 ‘실효성’도 ‘신뢰성’도 떨어진다. 건축물 사용자인 국민 입장에서도 비슷비슷한 인증제를 확실하게 믿기 어렵다. 이에 따라 건설·건축업계에서는 유사한 건축물 관련 인증제를 통합해 시행할 것을 주문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현행 건축물 인증제도는 다양하다. 공동주택성능표시제, 장수명주택 인증제, 녹색건축 인증제, 건축물 에너지효율등급 인증
평생 무주택자로 살아온 한 지인이 최근 답답함을 호소했다. 오랜 기다림 끝에 높은 청약 점수를 갖게 됐지만, 서울에서 새 아파트 분양이 멈춰버렸기 때문이다. 기다렸던 둔촌주공 재건축인 둔촌 올림픽파크 애비뉴포레의 분양 일정은 종잡을 수 없는 상황이다.문제는 또 있다. 현재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의 전세 만기다. 올해 연말이다. 이미 계약갱신청구권을 한 번 사용했다. 집주인이 요구하는 대로 전셋값을 올려줘야 할 상황이다. 주변 시세를 감안하면 3억~4억원 정도를 마련해야 하는데 대출도 쉽지 않고 금리도 무섭다. 긴 세입자 생활을 청산하
국민의힘이 6·1 지방선거에서 대승을 거뒀다. 윤석열 정부 출범 21일 만에 실시된 이번 지방선거에서 국민의힘 승리는 예견되기도 했다. 3·9 대선 직후부터 예비후보들을 중심으로 선거전이 시작되면서 대선이 끝나고도 80여일간 선거정국이 이어졌고 지방선거가 ‘대선의 연장전’이란 지적도 나왔다. 이번 결과는 여당 프리미엄과 정국 안정을 바라는 국민 열망이 반영된 듯하다.어쨌든 이제는 정치권이 선거 후유증을 털고 국민 통합과 민생 안정을 위해 힘을 합쳐야 할 시간이다. 정치철학과 이념에 따른 입장 차이를 극복하고 협치에 나서는 게 절실하
총성만 없지 ‘전쟁’이다. 1970년대 석유파동 이후 최악 상황으로 치닫는 ‘역대급’ 인플레이션이 세계를 강타하고 있다.우리도 예외가 아니어서 5월 소비자 물가가 5%대를 찍을 것이라고 한다. 14년 만에 가장 높은 상승률이다.체감 물가는 더 높다. 마트에 가서 식재료 몇 개를 고르면 금방 10만원이 넘는다. 3만원어치 기름을 넣으면 자동차 연료 게이지가 한 칸밖에 안 올라간다.반주 한잔 하고 싶어도 1병에 5000원으로 뛴 가격이 부담이다. 고단한 코로나19 터널을 터벅터벅 걷다 겨우 빛을 보나했더니 이젠 물가와의 전쟁이다.윤석열
부동산 보유세 완화는 윤석열 정부의 대표공약이다. 기획재정부는 6월 말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을 발표하면서 종합부동산세 완화 세부안을 공개할 예정이다. 내년도 종부세도 2020년 공시가격을 적용해 대폭 줄여줄 것으로 보인다. 지자체 차원에서는 재산세 감면도 뒤따른다.최근 몇년간 집값이 급등하면서 집가진 사람들의 부담이 크게 늘어났다. 집값이 올라 자산도 크게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이것도 정도껏 올라야지, 너무 오르다보니 당장 내야 할 세부담에 불만도 커졌다. 문재인 정부가 1주택자 종부세 부과기준을 11억원으로 상향조정한데 이어 올
부동산 시장 안정은 국가 발전의 토대이자 국민 복지의 핵심이다. 역대 모든 정부가 주택시장 안정에 심혈을 기울인 것도 주거 안정이 곧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노태우 정부의 신도시(분당·일산 등) 200만 가구 공급 시기를 제외하면 부동산 시장은 안정되지 않았다. 특히 지난 5년은 부동산 시장이 가장 요동친 시기였다. 집값이 사실상 폭등하면서 주택 가격은 물론 주거 양극화가 극심했다. 집값이 치솟으면서 ‘영끌’과 ‘패닉바잉’ 등 신조어까지 등장했다. 지난 5년간 집값이 오를 대로 오른 것은 스물다섯 번이 넘는
5월10일부로 새 정부가 출범했다. 윤석열 정부가 내건 핵심 원칙은 ‘공정’과 ‘원칙’이다. 이를 건설업계에도 적용해 풀어야 할 과제들이 여럿 있다. 이 중 중대재해처벌법을 첫손에 꼽을 수 있다. 중대재해법은 진단과 처방이 틀린 규제다. 틀린 건 바로잡고 부족한 부분은 보완해야 올바른 길로 갈 수 있다.중대재해법이 지난 1월27일 시행 후 최근 100일을 맞았다. 당초 법의 취지대로 과연 산업재해가 크게 줄었을까. 요약하자면 ‘아니다’에 가깝다. 또 다른 관심사는 ‘부작용’이다. 이에 대한 우려는 현실화했다고 볼 수 있다.국회 박대
우크라이나 사태 등 때문에 생긴 세계 원자재 대란이 국내 건설현장에도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다. 공사가 한창인 현장을 멈추거나 공사가 마무리 단계인데도 원자재 비용 때문에 늘어난 공사대금을 받지 못해 타격을 입는 기업들이 늘어나는 모습이다.건설현장과 관련한 원자재 가격은 말 그대로 무섭게 뛰고 있다. 시멘트업계 1위인 쌍용C&E는 한국레미콘공업협동조합연합회(레미콘연합회)와 1종 시멘트 가격을 기존 1t당 7만8800원에서 15.2% 인상한 9만8000원에 공급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7월 5.1% 올린 뒤 8개월 만에 또다시 두 자릿
“한국 경제가 엄청난 스트레스 구간에 들어 있는데, 쉽지 않을 것이다” 지난 대선 말미에 만난 정부 고위 당국자가 한 말이다. 당시는 부동산 규제 완화를 강력하게 시사한 윤석열 대통령 후보가 여론조사 등에서 우위를 달릴 때였다. 그는 “집값을 겨우 잡을 둥 말 둥 하는 타이밍인데 자꾸 규제 완화 시그널이 확산하면 스트레스 구간에 갇혀 있던 시장이 다시 상방 압력을 받을 수 있다”고 우려하며 이렇게 말했다.말은 현실이 됐다. 윤 후보의 당선 뒤 규제완화 기대감으로 서울 강남권과 일부 재건축 추진 단지에서 집값이 뛰고 있다. 지난 14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지난 12일 문재인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해 “실현가능성이 떨어진다”며 탈원전 폐기를 사실상 선언했다. 탈원전 정책을 폐기하고 원전강국을 만들겠다는 윤석열 당선인의 의지는 확고해 보인다. 원전 정책 변경은 건설업계에도 꽤나 큰 관심사가 된다. 원전 추가건설은 수조원이 드는 초대형 건설사업이다.그런데 새 정부의 탈원전 폐기 정책을 보면 의문이 하나 든다. 원전가동률을 높이면 필연적으로 핵폐기물들이 더 많이 배출될텐데, 핵폐기물 처리대책은 아직 구체화된 게 없어 보이기 때문이다. 한국은 사용후핵연료, 이른바 고준
서울 강남권을 비롯한 일부 지역 아파트 매매시장이 꿈틀대면서 ‘집값 재상승론’이 고개를 들고 있다. 대출 규제와 금리 인상 등의 여파로 조정기에 들어갔던 서울 아파트값이 ‘윤석열 효과’에 힘입어 바닥을 치고 본격 상승하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하지만 최근의 일부 지역 집값 오름세는 윤석열 정부 출범을 앞두고 부동산 규제 완화 기대감에 따른 일시적 반등일 뿐 대세 상승 신호로 보기 어렵다는 의견도 만만찮다. 금리 인상 기조와 장기간 집값 상승에 따른 피로감, 대내외 경제 악재 등을 감안할 때 집값이 상승세로 돌아서 꾸준하게 오르기는 힘
올 들어 주택거래가 얼어붙고 있다. 매매 거래가뭄을 넘어 거래실종 상태다. 서울 아파트 2월 거래량은 800여 건으로 2006년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3월 서울 아파트 거래량도 전년 동월 대비 20% 수준에 그치고 있다. 주택거래 실종은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적인 현상이다. 주택 거래가 극도로 위축되고 있는 것은 각종 부동산 규제와 대출 억제, 새 정부에 대한 기대감 등이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주택 거래를 활성화하고 집값을 안정시키기 위해서는 과감한 공급확대 정책과 부동산 관련 규제 완화가 우선돼야 한다. 새 정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부동산 규제 완화에 팔을 걷어붙였다. 이번 정부 출범 후 당정이 줄곧 유지해왔던 규제 위주의 부동산 정책을 스스로 뒤집는 모양새다. 대선 패배의 주요 원인 중 하나가 부동산 민심 악화라고 판단해, 오는 6월1일 지방선거를 앞두고 보유세(재산세+종합부동산세) 부담 완화에 나선 것이다. 작금의 상황을 보면서 의문이 들었다. 이번 정부와 민주당의 부동산 정책은 이렇게 금방 태세전환할 수 있을 정도로 가벼운 것이었나.당정이 먼저 들고 나온 카드는 보유세 완화다. 1가구 1주택자의 보유세를 작년 수준으로 동결하겠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