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찌 이리 태평한가 싶다. 빚 이야기다. 한국의 가계와 기업 부채 증가가 위험 수위인데 정부나 금융권이나 너무 안일한 것 아닌가 해서 한 말이다.국제통화기금(IMF)에 따르면 한국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가계부채와 기업부채를 더한 비율은 2022년 281.7%로 5년 전보다 42.8%포인트 상승했다. 이는 조사 대상 26개국 중 가장 높은 증가 폭이다.이 중 GDP 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2017년 92%에서 지난해 108.1%로 16%포인트 증가했다. 두 자릿수 증가는 한국이 유일하다. 가계부채 증가의 가장 큰 원인은 지난 정부
서민의 애환이 담긴 드라마라면 늘 등장하는 것이 집 문제다. 웹툰을 원작으로 하는 OTT 드라마 ‘무빙’도 예외는 아니었다. 세상을 주름잡던 현장 요원이 사무직으로나마 국가정보원에 남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도 바로 집 때문이었다. 소주 24병을 마시면서 괴로움을 달래야 할 만큼 싫은 직장이었지만 공무원 임대 아파트 연장을 위해 사표를 가슴 속에 접어 둔다. 집은 그렇다.드라마를 언급하지 않고도 대다수 서민 걱정의 9할은 집 문제일 것이다. 금리가 올라서, 또는 전셋집을 구하기 힘들까 봐 하루에도 수차례 걱정한다. 대한민국 국민 중 집
국민의힘에서 김포의 서울편입을 추진하면서 ‘메가서울’이 이슈로 떠올랐다. 김포의 서울편입은 향후 광명, 과천, 고양, 의정부, 안양, 하남 등의 서울편입론으로 이어질 수 있어 부동산 시장과 국토발전전략에 미치는 영향이 상당할 것으로 보인다.메가서울은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제기된 총선용 전략이라는 것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하지만 수도권이 하나의 서울생활권을 형성하면서도 서울과 경기도로 나뉜 행정으로 주민들이 큰 불편을 겪어왔다는 것을 생각하면 마냥 정치 포퓰리즘으로 치부하기도 힘들다. 지난 30년간 구축된 1, 2기 신도시는 경기도에서
서울시가 지난달 저층 주거지 정비모델인 ‘모아타운(소규모주택정비사업)’의 대상지 5곳을 새로 선정했다. 이로써 모아타운 후보지는 총 75곳으로 늘었다. 이와 함께 조합설립이 완료된 모아타운이 시공사를 선정하는 등 사업이 수면 위로 올라오고 있다.모아타운은 기존 소규모정비사업의 단점을 보완했다. 단순히 일정 규모의 노후주택을 새로 짓는 게 아니라, 아파트 단지의 형태를 갖추고 커뮤니티 시설 등도 넣을 수 있도록 했다. 모아주택 여러 개를 블록 단위로 모아 새 아파트로 탈바꿈시키겠다는 것이다. 모아타운에 주목하는 이유는 서울은 물론 전
한국 경제는 혼자 흔들림 없이 설 수 있는 튼튼한 기반이 없다. 자원이 없고, 내수를 받쳐줄 인구가 많지 않고, 후발 경제국이고, 그래서 지금껏 주로 수출로 먹고살아 온 것이다. 정부가 위기 때마다 안심하라고 말하는 한국 경제의 튼튼하다는 펀더멘털(기반)은 이렇게 번 돈을 모아 놓은 보유외환 등이 꽤 된다는 뜻이다.2023년은 이런 한국 경제 틀이 바뀌어야 하는 계기가 될지 모르겠다. 코로나19 사태 이후 한국의 최대 수출국 중국의 리오프닝이 시작됐지만 결과가 시원찮았다. 또 다른 거대 시장 미국은 한국이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기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인사들이 잇따라 고금리 지지 발언을 냈다. 로레타 메스터 클리블랜드연방은행 총재는 “다음달 FOMC 회의 때 미국 경제가 9월과 비슷한 모습을 보인다면 나는 기준금리를 더 올릴 것”이라고 말했다. 미국의 중앙은행격인 연방준비제도(Fed)에서 대표적 비둘기파(통화 완화 선호)로 분류되는 래피얼 보스틱 애틀랜타연방은행 총재도 “나는 기준금리 인상을 서두르지 않지만 인하 역시 마찬가지”라며 “동결을 원하며 오랫동안 지금 금리 수준을 유지하는 게 적절하다고 본다”고 했다.이같은 Fe
서울 용산정비창 부지에 ‘서울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이라는 수식어가 붙은 지 얼마나 됐을까. 50만㎡ 규모에 달하는 부지에 세간의 이목이 쏠린 건 2005년이었다. 당시 철도청이 한국철도공사(코레일)로 전환하면서 떠안은 4조5000억원의 부채를 해결해야 하는 상황이었다. 코레일은 보유하고 있던 용산정비창 부지를 개발해 부채를 털어내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그렇게 긴 여정이 시작됐다.당시 서울시가 한강 경관 개선을 고려해 한강변에 있는 서부 이촌동까지 아우르는 통합 개발을 인허가 조건으로 내세웠다. 이에 사업비 규모가 31조원으로 불어
주택 시장이 요동치고 있다. 고분양가 논란에도 완판 행진을 이어가고 전국 아파트 가격 양극화 양상은 심화되고 있다. 두고볼 수만은 없었던 정부는 추석 전 주택공급 대책을 발표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한 번의 주택 대책으로 주택시장이 안정화될 리 없다.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정책 대응을 긴밀하게 해나가야 한다.부동산 정책 관련 주무부처인 국토교통부가 온 역량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시점이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터질 것이 터졌다.감사원이 최근 부동산 가격과 고용 통계, 가계소득 분야 국가 통계를 조작한 혐의로 문재인 정부 청와대 정책실장
필자가 사는 아파트의 지하주차장 주차면 상당부분은 몇 달째 주차금지 띠가 둘러쳐져 있다. 천정 배관에서 흘러나온 물 때문이다. 주차난을 생각하면 빨리 보수가 됐으면 싶은데, 영 진전이 없다. 이 아파트는 분양된 지 갓 2년이 넘었다.새 아파트에 대한 소비자들의 불신은 생각보다 크다. 입주한 지 얼마되지 않아 누수된다든가, 창호 사이가 들뜬다든가 심지어 벽에 금이 가 있더라는 불만은 아파트 커뮤니티에서 심심찮게 볼 수 있다. 입주자들은 행여 집값이 떨어질까봐 속앓이를 할 뿐 대놓고 말도 못 한다. 최근 철근 누락 전수조사 결과를 본
최근 만난 업계 인사들의 공통 관심은 이른바 ‘9월 위기설’이었다. 최상목 대통령실 경제수석이 9월1일 부동산 공급 대책 발표 방침을 밝히면서 “9월 위기설은 없다”고 일축한 게 되레 궁금증을 자아낸 모습이다.업계 관계자들은 시중에 떠도는 자영업자 대출이 코로나19 대출 지원 종료와 맞물려 부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 부실 위험 등을 위기설의 근거로 추정했지만, 이는 최악의 경우 만기를 연장하면 그만인지라 대통령실이 나서 진화할 정도는 아니라고 보는 분위기였다.중국발 세계 경제 위기설도 현재까지 호재이
‘순살자이’ ‘통뼈캐슬’ ‘흐르지오’이 단어들을 최근 SNS에서 한 번은 본 적 있을 것이다. ‘K-건설’이 어쩌다 이런 조롱과 야유를 받게 됐는지 답답한 마음까지 든다.GS건설의 인천 검단신도시 아파트 지하주차장 붕괴 사태 후폭풍이 한국 건설업 전반을 휘감은 분위기다.GS건설 사태를 기점으로, 정부는 한국토지주택공사(LH) 발주 아파트뿐만 아니라 전국 민간아파트로 부실공사 점검 범위를 넓혔다. ‘혹시 우리 아파트는 문제가 있지 않을까’ 걱정하는 국민들도 늘어나는 모습이다.하지만 여기서 이런 의문이 생긴다. ‘무량판’ 구조의 아파트
‘9월 위기설’이 고개를 들고 있다. 진앙으로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대출 부실이 지목된다. 글로벌 경기가 심상치 않은 분위기인 만큼, 국내에서도 리스크 관리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한다. PF대출에 대한 밀착 모니터링이 필요한 시점이다.위기 신호는 여러 경로로 감지된다. 지식산업센터 부문의 신호가 강하다. 한국산업단지공단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승인받은 전국의 지식산업센터는 1511곳이다. ‘지산 붐’이 일었던 3년 전인 2021년 7월 1247곳이 승인받았던 것과 비교하면, 이 부문에서의 공급과잉과 돈맥경화가 얼마나 심각한
2년 전 한국토지주택공사(LH)는 직원들의 땅투기로 국민들의 눈총을 받더니 이제는 무너진 아파트로 전 국민을 불안 속으로 몰아넣었다. 주차장 붕괴 이후 무량판 아파트 전수조사와 보강을 비롯한 후속 조치들이 속도를 내는 듯했지만, 이 과정에서 여기저기 허점이 발견되며 더더욱 신뢰를 잃었다. 이에 대한 LH의 대응은 실망스럽기 짝이 없다. ‘과연 LH가 혁신이 가능하긴 한가’ 의문까지 들게 했다.검단 아파트 붕괴 사고 이후 국토교통부와 LH가 전수조사 방침을 발표하며 줄곧 강조했던 것은 바로 ‘투명하게 결과를 공개하겠다’는 것이었다.
2년 전 입주한 새 아파트의 지하주차장에 물이 샌다. 주차면 위의 천장 배관에서 누수가 발생해 일부 주차면은 폐쇄됐다. 몇번 보강공사를 했는데도 잘 안되는지 주차면은 여러번 개방과 폐쇄를 반복했다. 하자 보수기간인 2년이 넘어서자 시공사와의 법적 분쟁도 생겨 아파트 커뮤니티에서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갑론을박, 한동안 꽤 시끄러웠다. 지난해부터 유독 건설현장에 사고가 많았다. 건설 중이던 아파트 외벽이 무너지고, 이어 지하주차장이 무너졌다. 결국 해당 아파트들은 다시 짓기로 하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다. 건설사의 대책은 발빨랐지만
“정말 이 정도였나, 이 정도까지 엉망이었나” 하며 깜짝 놀랐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가 지은 전국 15개 아파트 단지에서 철근 누락이 확인됐다. 국토교통부가 지난 4월 발생한 인천 검단아파트 주차장 붕괴 사고를 계기로 전국에 건설 중이거나 입주한 LH 단지 중 사고 아파트와 같은 무량판 구조로 시공한 단지를 점검해 발표한 결과다.이 중 5개 단지가 입주를 마쳤다. 4287세대 규모다. 이 사람들은 불안해서 어떻게 사나 싶다. 민간 아파트까지 같은 구조로 시공된 사례를 확대·조사하면 그 수가 얼마나 늘지 알 수도 없다. 민간 현장
여름철 집중호우 피해가 연례행사처럼 돼 버렸다. 작년 8~9월에 포항과 서울 일대의 물난리를 다뤘는데 1년 만에 또 비슷한 주제로 글을 쓰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다.올해는 충청권을 포함한 남부지역에서 기록적인 폭우가 쏟아져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산사태 피해가 컸던 경북에서만 사망 및 실종자가 30명 가까이 나왔다.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는 근처 미호강이 범람하면서 물에 잠겨 차량 16대에 타고 있던 사람들이 집단참사를 당했다. 예보된 호우에 정부도 “과도할 만큼 선제 대응”을 다짐했지만, 이번에도 대규모 인명과 재산
‘영국 크로이든 타워(50층), 싱가포르 애비뉴 사우스 레지던스(56층), 호주 라 트로브 타워(44층)’이들 고층 건물들에는 공통점이 있다. 바로 ‘모듈러 공법’으로 지었다는 것이다. 모듈러 공법은 말 그대로 주택의 일부를 모듈로 만든 뒤 현장에서 레고 블록처럼 조립해 완성하는 방법이다. 기본 골조와 전기 배선, 현관문, 욕실 등 아파트의 70~80%를 공장에서 미리 만든다. 해외 주요 국가에서 이미 적극 활용하고 있다. 핀란드, 노르웨이, 스웨덴의 경우 전체 주택시장에서 모듈러 공법 활용 비중이 45%에 달한다. 이에 비하면 국
하반기 우리 경제 최대 리스크는 단연 ‘역전세난’이다. 2021년 말부터 2022년 초까지 고점을 찍었던 전세가는 부동산 시장에 부메랑으로 돌아와 큰 충격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다. 정부는 하반기 경제정책방향에서 역전세난을 막을 카드로 집주인 대출 규제를 다소 완화하는 정책을 한시 시행하겠다고 밝혔다. 급한 불은 끌 수 있겠지만,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해 보인다.한국은행이 6월 내놓은 ‘2023년 상반기 금융안정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말까지 만기가 도래할 것으로 예상되는 전세보증금 규모는 총 288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한국 건설은 중동을 빼고는 얘기할 수 없다. 현대건설의 사우디 주베일산업항 건설과 1980년대 동아건설의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20세기 대역사’ ‘세계 8번째 불가사의’로 불리며 1970~1980년대 중동붐을 이끌었다. 오일쇼크로 휘청대던 한국경제는 중동에서 벌어온 달러로 기사회생했다. 그래서일까, 중동은 여전히 기회의 땅처럼 여겨지는 구석이 있다.현대건설이 사우디아라비아의 최대 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 사업인 ‘아미랄 프로젝트’를 따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수주액은 50억 달러(약 6조5000억원)로 한국기업이 사우디에서 수주한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이 지난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과 만났다. 거대한 홀에 놓인 큰 테이블 상석 중앙에 시 주석이 앉고, 그 왼편에 블링컨 장관이 앉았다. 마치 상관과 부하가 회의하는 모양새가 신기했지만, 그 와중에 유독 테이블 사이를 가득 채운 연꽃 무더기가 눈에 들었다.연꽃을 뜻하는 한자 ‘하’(荷)가 ‘화’(和)·‘합’(合)과 중국어 발음 ‘허’로 모두 같다는 점에서 ‘우의’와 ‘협력’의 의미를 담았다고 한다. 시 주석이 5년 만에, 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 베이징을 찾은 미